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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경남 여야정협의회, 한 번으로 끝낼 셈인가-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18-11-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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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은 칼자루다. 누가 쥐느냐에 생사 여탈권이 달렸다. 승자독식은 권력의 속성이다. 배려와 아량은 고개 숙인 자에게만 허락하는 ‘곁불’ 정도다.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하면 상생이다. 말로는 협치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타협을 굴종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뿌리 깊다. 권위주의 시대부터 누적된 병리다. 한국 정치의 속살이다.

    대통령 중심제 원조 격인 미국은 중간선거를 치른다. 정권 심판 성격이다. 이 과정에서 의회 지형이 여소야대로 수시로 변했다. 의회를 장악한 야당은 대통령과 충돌했다. 예산안을 기한 내 처리하지 못해 연방정부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레이건·클린턴 전 대통령은 임기 8년 가운데 무려 6년이 여소야대였다. 녹록지 않은 정치지형 속에서도 야당과 소통을 통해 정국을 주도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민주당 일인자 토머스 오닐 당시 하원의장 칠순 잔치를 백악관에서 연 것은 유명한 일화다.

    5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원내대표와 대타협을 이루려는 취지로 마련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와 평양 공동선언 비준 등을 놓고 충돌한 데 따른 돌파구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경남도정의 새 역사가 쓰였다. 김경수 도지사가 도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정 예산협의회를 열었다. 예산협의를 위해 여야가 제각각 회동은 했지만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대통령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총애받는 그의 행보가 닮은꼴이다. 공교롭게 회동 날짜도 같다. 그동안 경남에서 다수 의석을 점했던 한국당(과거 한나라당, 새누리당)은 협치 필요성을 못 느꼈다.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성향의 김두관 지사 시절(2010년 7월~2012년 7월)에는 지원군이 적었다. 민주당 소속은 18대 국회 최철국 의원, 19대 국회 민홍철 의원에 불과할 정도로 우군세력은 미미했다.

    다수당 내부도 협치는 매끄럽지 못했다. 지난 2014년 8월 당시 홍준표 지사는 국회에서 새누리당 도내 국회의원과 예산 당정회의를 열었다. 홍 전 지사는 “내년도 예산 확보 노력이 의원 여러분의 다음 총선과도 연계돼 있으니 알아서 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20대 국회 경남 정치지형 역시 여소야대다. 예전보다는 늘었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은 3명에 불과하다. 야당인 한국당 의원이 12명이다. 김 지사가 관행을 깼다. 당적을 달리하는 다수 의석의 한국당에 손을 내밀었다. 그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고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이날 첫 협의회는 내년도 국비 확보 논의가 핵심이었다. 국회 예산심사는 국고를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한 ‘전쟁’이다. 지자체와 정치권 공조를 통한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5조원에 육박하는 국비는 대형 사업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필수요건이다. 조선업 불황 등으로 침체한 도민 삶의 질 향상에 당적을 초월한 협력이 절실하다.

    모여서 밥 먹고 웃는 낯으로 사진 찍는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예산협의를 시작으로 상설협의체로 거듭나길 바란다. 수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도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은 선출직 아닌가.

    이상권 (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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