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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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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심신미약- 양영석(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10-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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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심신미약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가 10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지자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청원은 23일 현재 1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의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가 생긴 이래 최다 동의 기록을 써가고 있다.

    우울증은 우울감, 피로감, 의욕 저하, 식욕저하, 불면 등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과로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순간적인 우울감이 아닌 지속적인 증상으로 인해 환자의 일상에 큰 무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5대 정신질환 중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어서 ‘마음의 감기’라고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 살인 동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뉴스를 검색해보면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등 비이성적인 범죄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일각에서는 가해자에게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식 병명은 아니지만, 화가 나는 상황에서 분노를 통제하거나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의미한다. 갑작스러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적이거나 공격적인 형태로 표출한다. 분노 유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충동적인 분노가 나오거나 잦은 분노 폭발 경험이 학습화되면서 나타나는 습관적 분노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한 범죄심리학자는 가해자가 ‘수동적으로 공격적인(Passive-Aggressivity)’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분노를 잘 표현하지 못하다가, 어떤 계기가 생기면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폭발하는 성향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가해자 처벌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런 참혹한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범죄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는 2015년 6300여 건에서 2017년 8300여 건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이 중 살인 사건은 같은 기간 64건에서 73건으로 15%가량 늘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흔한 질병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많이 있다.

    가장 문제는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가 남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문제가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질병이므로 진료를 받지 않으면 악화될 뿐이다. 내 주위에 진료를 받지 않는 정신질환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온몸이 오싹해진다.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선진국일수록 정신과 전문병원, 정신상담전문가가 많고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많은 연구와 사례에서 정신질환은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사회화 치료를 병행하면 독립적이며 스스로 관리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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