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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 한 눈으로 여행하고 사진찍는 사진가 임승비 씨

한 눈으로 보던 세상, 카메라로 더 넓은 세상 봅니다

  • 기사입력 : 2018-10-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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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눈으로 여행하고 한 눈으로 사진을 찍는’ 청춘이 있다. 세상을 한쪽 눈으로밖에 볼 수 없었던 이 청춘은 카메라를 통해 다시 세상과 마주했다. 통영에 사는 임승비(34)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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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승비씨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14호 염장 조대용씨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예고 없이 찾아온 불행

    20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나이였다. 임승비씨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 중 한 명이었다. 통영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기 전 진로를 정했다. 나름의 정의감도 있고 성공하고 싶은 포부도 있었다. 꿈은 통영의 경찰서장. 고향에서 이웃들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지며 보람된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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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임승비씨.


    그는 부산의 한 대학 법학과로 진학해 졸업하기 전 휴학계를 내고,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 신림동에서 3년간 고시촌 생활을 했다. 이 기간 두 번의 낙방을 경험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공부하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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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승비씨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염장 보유자 조대용씨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그런데 불행이 예고 없이 찾아왔다. “시험에 두 번 낙방한 뒤 심기일전을 위해 한 달간 자전거 전국일주를 다녀왔어요. 여행에서 돌아와 신림동 고시촌에서 책을 보는데, 글자가 흔들리고 침침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병원에 가서 검사했더니 제 머릿속에 3.5㎝의 뇌하수체종양이 있었어요. 제 두 눈 뒤로 머리 안에 종양이 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던 거에요.” 병명은 뇌하수체종양 말단비대증. 성장판이 닫혔지만 성장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는 희귀난치성 질병으로,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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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비씨가 지난 5월 인도여행서 찍은 사진.

    “경찰 시험을 준비할 수 없는 병이었어요. 꿈을 잃었죠. 다행히 수술은 잘 돼서 종양 대부분을 제거하고 별다른 후유증은 남지 않았어요. 회복하는 동안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는 여행기도 찾아보고 힘을 얻었어요. 내 건강한 두 다리로 세계를 여행하며 세상을 보고 싶다는 꿈을 대신 꾸게 됐죠.” 이후 임씨는 자전거 세계여행을 떠나기 위해 거제와 울산지역에서 3년간 조선소 일을 하며 여행자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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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승비씨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염장 보유자 조대용씨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임씨가 어느덧 30대가 되어 서른두 살이 된 지난 2016년. 마침내 자전거 세계일주를 떠날 준비가 됐을 때, 또다시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고 일어났는데 왼쪽 눈이 안쪽(코쪽)으로 돌아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며칠 사이 왼쪽 눈동자가 안쪽으로 다 돌아가 버렸어요. 머릿속에 5.5㎝의 거대종양이 재발한 거였죠. 종양을 일부 제거하는 수술을 했는데도 눈이 그 상태로 마비되어 평생을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왼쪽 눈을 감지 않으면 모든 물체가 흐릿하게 두 개로 보이기 때문에, 한쪽 눈을 감은 채 생활을 해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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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비씨가 지난 5월 인도여행서 찍은 사진. 인도 뭄바이 ‘도비가트(공동 빨래터’).



    ▲불행 뒤 찾은 행복

    매사가 마음먹은 대로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임씨에게 남은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상실감과 좌절감이었다. “제가 평소 편지 한 통을 써도 오타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쓰는 습관이 있어요. 몸이 많이 아프니까 차라리 다시 살면 어떨까.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냥 죽을까’ 이런 생각 있잖아요.” 그는 눈이 불편하다는 사실도, 외형적인 변화로 인한 사람들의 시선도 무서웠다.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면 혹시 날 보고 비웃은 것은 아닐까.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집에만 갇혀 지냈어요. 잠깐이라도 선글라스를 안 끼면 어디 나갈 수가 없었어요.”

    그랬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TV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도를 찍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인도 갠지스강에서 장례식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는 헤엄을 치고 빨래를 하고 몸을 씻고, 소도 수영을 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가 어디일까 생각하게 됐죠. 직접 가보면 무엇인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임씨는 자전거 여행을 할 때 쓰던 카메라를 챙겨 배낭을 메고 무작정 인도로 떠났다. 언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약도 없이 비행기 편도 티켓만 끊어 떠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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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비씨가 지난 5월 인도여행서 찍은 사진. 인도 뭄바이 ‘도비왈라(빨래하는 사람)’.

    그가 인도에서 목격한 것은 그들이 각자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인도 뭄바이에 ‘도비가트’라는 곳이 있습니다. ‘도비왈라’는 그곳에서 빨래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한 도비왈라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자신의 월급이 한 달에 1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또 카스트 제도는 없어졌지만 아직 신분제도가 현실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자신도 아버지를 이어 빨래하는 일을 하고 아들도 이 일을 이어받을 것이라고요. 그런데 자신은 이 직업이 소중하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만족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들의 모습에서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하고, 만족하면서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임씨는 인도 동부와 북부, 서부 등지로 주로 작은 마을의 골목길을 찾아 다녔다. 더 가까이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또 불편한 눈으로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한 장면씩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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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비씨가 지난 5월 인도여행서 찍은 사진. 인도 뭄바이 ‘도비왈라(빨래하는 사람)’.


    그렇게 37일간 인도 여행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라는 사실과 세상을 한 눈으로밖에 보지 못하는 자신에게 카메라는 또 다른 눈이 되어 줄 수 있다는 해답을 찾은 이후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 여행을 하며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올 들어 지난 8월, 통영시의 ‘청년 내 일 희망일자리사업’을 통해 내년 6월까지 (사)통영무형문화재보존협회에서 사진으로 지역 무형문화재를 알리는 일을 시작했고, 직장 동료와 함께 소규모 상업 콘텐츠 제작회사인 ‘245스튜디오’를 차려 사진작가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아울러 ‘볼수록 즐겁다’는 의미의 인스타그램 계정 ‘통영볼락’을 만들고 통영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물, 이야기를 담은 사진을 올려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고향 통영에서 사진을 찍으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되고 보람도 있어요. 사진을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앞으로 여행자이자 사진가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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