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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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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만학(晩學)의 기쁨- 오세준(창신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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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곳에는 야간과정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창 시절 학업을 계속하지 못했던 분들이 생업으로 바쁜 중에도 저녁 시간을 내어 아쉽게 중단했던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다.

    가정 형편이나, 건강, 그 시절의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 등등 학업을 계속하지 못했던 이유는 다양하다. 다시 학교를 찾은 이유도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그러나 늦은 나이지만 꼭 하고 싶었던 공부를 계속한다는 즐거움은 야간대학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학생들의 구성은 가정주부에서부터 2교대, 3교대 근무를 하는 직장인들도 있고, 자영업을 하거나 사업체를 경영하는 등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로 분포하며, 이들은 공통된 한 가지 목표, 즉 중단했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이유로 학교를 다시 찾는다.

    생업과 집안 대소사를 챙겨가면서도 늦은 저녁 수업을 듣기 위해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늘 즐거운 미소가 가득하다.

    체육대회, 단합대회, 엠티 등의 여러 학교 행사에도 매우 열성적으로 준비하고 참가한다. 그간의 삶의 애환을 담은 얼굴에서 고단함이나 피곤함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매우 신기한 일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가 말했던 5가지 욕구 중에서 가장 상위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를 충족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버킷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를 완성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

    호스피스들이 말하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가을이다. 아쉽고 미련이 남는 것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하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미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 바로 학교의 문을 두드려 보자. 생각보다 훨씬 큰 문이 활짝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세준 (창신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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