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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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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움 됐으면…” 고려인 아이들에 온정

김해 서상동 빌라 화재 참변… 빈소 마련된 병원서 장례비용 지원
고려인 4세 안타까운 소식 전해져

  • 기사입력 : 2018-10-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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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김해에서 갑작스러운 화재로 참변을 당한 고려인 4세 아이들에게 교회, 병원, 학교 등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22일 5면 ▲김해 빌라 화재…한국말 모르는 고려인 아이들 덮쳤다 )

    지난 20일 김해시 서상동 빌라 화재로 숨진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A(4)군과 B(14)양 남매의 빈소가 22일 오전 김해시내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나란히 놓인 이들의 영정 사진 앞에는 평소 들고 다니던 곰 인형과 지갑이 놓였다. 이들의 친인척 외에 조문객의 발길은 뜸했다.

    이들의 아버지 C(44)씨는 자녀의 사망과 관련된 행정 절차를 밟기 위해 이날 오전 빈소를 지키지 못했다. C씨의 지인은 “C씨가 처음 겪어보는 일에 엄청나게 큰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복잡한 행정 절차를 관의 도움 없이 혼자 처리하고 있다”며 “이들은 고려인 3, 4세로 거소 증명서가 있어 김해시민과 마찬가지지만 법무부나 시에서 이 같은 행정 지원이 없는 게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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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김해시 서상동의 원룸 화재로 숨진 고려인 4세 A(4)군과 B(14)양의 빈소가 김해시내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C씨 가족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병원에서는 장례 비용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B양이 다니던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십시일반으로 공동 모금을 하기로 했다. 빈소를 지키던 B양의 담임 교사는 “B양은 1학년 2학기 때 중도 입학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러시아 친구들의 통역을 맡을 만큼 한국어를 잘했다”고 말했다. A군이 다녔던 유치원에서도 모금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의 화재 소식은 고려인들을 통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고려인 3세들은 김해 화재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하며 이들 부모님의 계좌번호를 함께 게재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린다는 내용을 올렸다.

    김해지역 고려인연합회인 구소련친구들에 따르면 C씨 부부는 김해지역 공장에서 잔업과 휴일근무 등을 이어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공장에서 보냈다. 아이들 넷은 평소에도 학교와 어린이집을 마친 뒤 집에서 함께 지낸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소련친구들 관계자는 “C씨 부부는 각각 한 달에 150~180만원을 벌면서 아이들의 학비와 생활비에 대부분을 지출했다”며 “한국에 들어와 있는 C씨의 어머니, 아버지에게도 용돈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해지역의 고려인 3, 4세는 모두 2000여명으로 추산된다.

    A군과 B양의 장례는 23일 오전 김해추모의공원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같은 날 화재로 병원 치료 중인 A군의 형과 이종사촌은 현재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C씨 부부가 다니던 김해교회에서는 헌금을 통해 장례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김해교회 관계자는 “두 명의 아동이 현재 화상을 입어 위독한 상태인데 보험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하루 병원비가 수백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교회 내부에서도 구제 헌금을 모금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가 함께 나서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20일 오후 7시 45분께 김해시 서상동의 4층짜리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 건물 2층에 있던 A군이 질식해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으며, A군의 누나 B양은 치료 중 이튿날 오후 사망했다. 형 D(12)군, 이종사촌형 E(12)군은 질식으로 위독한 상황이며, 주민 1명이 중상을 입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빌라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전등 배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3일 2차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건물 소유주 F(70)씨를 입건해 업무상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글·사진= 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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