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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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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수자기(帥字旗)-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10-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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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탑승한 좌승함인 일출봉함에 태극기와 함께 수자기(帥字旗)가 내걸렸다. 수자기란 장수(帥)의 글자(字)가 새겨긴 깃발(旗)이다. 옛날 진중(陣中)이나 영문(營門)의 뜰에 세우는 대장의 군기(軍旗)다. 요즘으로 치면 사단이나 군단의 기다. 일출봉함의 수자기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상징하는 깃발이었다. 국기만을 내거는 관함식 관례를 벗어난 데 대해 우리 해군은 “전 세계 해군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설명이 필요했던 이유는 일본 때문이다. 일본 방위상이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싸운 이순신 장군을 상징하는 깃발을 내건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일본 언론도 한국이 항일의 상징으로 영웅시되는 이순신 장군 깃발을 게양했고, 이는 국기 이외의 깃발을 게양하지 말라는 한국의 요구와 모순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우리 해군은 일본이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욱일기)를 달고 관함식에 참여하려고 하자 행사 관례와 국내 여론을 이유로 반대했고, 결국 일본이 불참했다.

    ▼“욱일기는 안되고, 수자기는 되는가”는 일본측 불평이 어이없다. 욱일기는 일본 자위대의 군기(軍旗)로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대표적인 형태가 일장기에 16줄기의 햇살이 도안된 것으로, 일본이 군국주의를 강화하던 1870년대 본격 사용됐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다. 하켄크로이츠가 패전 이후 사용 안한 것과는 달리, 욱일기는 종전 이후 잠시 자취를 감췄으나 1950년대 해상자위대와 육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속내는 욱일기와 수자기를 등가(等價)로 매기자는 수작이다. 일본은 항일의 아이콘인 수자기를 게양한 것은, 욱일기를 달지 못하게 한 것과 모순이라 했다. ‘남을 해치자는 깃발’과 ‘나를 지키자는 깃발’을 같은 값으로 퉁치려는 일본의 심보가 괘씸하다. 아직도 대동아공영을 기치로 짓밟았던 아시아 민족에 대한 사죄의 마음이 없는 것일까. 욱일기를 막아내고, 수자기를 높이 펄럭인 대한민국 해군의 반전이 통쾌하다.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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