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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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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가축과 악취- 허충호 (함안의령본부장· 국장)

  • 기사입력 : 2018-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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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는 객관적인 단어지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데 더 어울린다. 퀴퀴하거나, 고약하거나, 불쾌하거나 음흉한 것에 냄새를 붙이면 궁합이 잘 맞는 걸 봐도 그렇다. 냄새를 뜻하는 한자 취(臭)는 코를 뜻하는 자 (自)의 아래에 냄새를 잘 맡기로 유명한 개 견(犬)을 조합한 것이다. 취는 단순한 화학적 조합이지만 이게 사회로 나서면 아주 골치 아픈 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함안군이 그런 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근원은 가축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다. 현재 함안군내에는 한육우·젓소사육농가가 551호, 돼지 사육농가는 37호, 닭사육농가는 250호가 있다. 전체 사육규모가 64만7000여 마리에 이른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분뇨악취 등이 민감한 후각을 자극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주민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마을 주변은 물론 연꽃테마파크 인근에서도 결코 향기롭지 않은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면서 관광지의 이미지에도 오점을 남기고 있다.

    물론 가축사육으로 인한 악취문제가 비단 함안만의 일은 아니니 특기할 게 무에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55만명이 거주하는 김해시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군 당국자가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현장에서 발언한 내용을 들어보면 그저 대수롭지 않은 집단민원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조정래 환경위생과장은 최근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기업을 유치하고 젊은 인구 유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축사 악취로 젊은 인구 유입은커녕 정주 인구마저 이주를 결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축 빌라는 악취로 분양이 안 돼 부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조 과장의 지적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지만 악취가 함안 발전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리 과언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축산업에 매진하는 농가로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악취 저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비용과 입지여건 등 현실적 문제로 현실적 문제를 타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항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 어려움’과 ‘현실’은 다른 것이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함안은 이미 아파트 단위의 집단 주거체계가 형성된 지역이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구조를 바꿔야 한다. 농경중심의 시대가 아닌 이상 변화하는 현실에 보조를 맞추는 것은 필연적이다.

    군내 곳곳에서 풍기는 악취가 도시 발전과 쾌적한 삶의 발목을 잡도록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군민과 축산농가가 상생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일이다.

    허충호 (함안의령본부장·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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