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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전쟁과 평화- 조윤제(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10-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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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1942년 모월 진양군 지수면. 서른일곱 살 청년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징용 노동자로 잡혀갔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제는 전쟁물자 조달을 위해 수많은 조선인들을 징용해 특정노동을 시키면서 물자를 조달했다. 아내와 자녀를 집에 두고 징용지 일본 규슈탄광으로 끌려간 청년은 뜻하지 않게 광부 생활을 해야 했다. 3년을 지옥막장에서 고생하다 해방이 돼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광부생활 3년에 진폐증이 생겨 갖은 고생을 하고 다리도 다쳐 제대로 걷지 못하는 등 후유증을 오래 겪었다. 일제는 징용광부들의 임금을 착복하기 위해 개개인별 저축증서를 써주면서 돈을 주지 않았다. 귀국한 청년은 일제로부터 받은 저축증서를 장롱 속에 보관하며 보상받을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마흔네 살에 터진 6·25전쟁 통에 수류탄을 맞은 집이 불타면서 징용노동에 대한 대일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전쟁의 야욕에 청춘을 빼앗겨 버린 할아버지의 불행한 인생은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했을까.

    #아버지

    1950년 모월 진양군 지수면.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는 전쟁을 겪어야 했다. 아홉 살에 해방을 맞은 어린이는 규슈탄광 징용에서 귀국한 아버지와 상봉의 기쁨도 잠시 뒤로한 채 전쟁의 참상을 목격해야 했다. 어린이가 살고 있던 지수면은 격전지 함안 일대를 장악하기 위한 국군·미군-북한군의 전초기지로서 중요한 곳이었다. 이곳을 장악하기 위해 미군과 북한군은 연일 포격을 해 댔고, 면사무소와 학교·민가가 불타면서 어린이는 부모를 따라 더 깊은 산속으로 피란 가야 했다. 마을을 장악한 북한군은 소를 끌고가고 쌀도 빼앗았다. 먹을 게 없어진 민간인들은 초근목피 죽으로 겨우 연명하면서 목숨을 이어가야 했다. 피란에서 돌아온 어린이는 학교가 불타 재실이나 동네 사무실을 전전하며 공부해야 했다. 집이 불타 남의 집 작은방을 빌려 살다 그해 겨울 초가집을 새로 지어 입주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쟁을 겪어야 했던 아버지의 어린 동심에는 그때의 무서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나

    2018년 10월. 새벽 일찍 잠에서 깨는 날이면 자고 있는 아이들을 자주 쳐다본다. 금수저로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성실히 벌어서 먹이고 교육시키려는 부모를 만난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참 다행스런 녀석들이다. 때론 성에 차지 않아 군대식으로 대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밝고 맑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녀석들이 대견해 보인다. 그런 아이들이 잠자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반드시 느끼는 것이 있다. 나의 세대에서는 어떠한 전쟁과 분쟁과 재난이 발생하지 않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겪였던 불행을 나와 우리 아이들이 절대 겪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아 불가피한 전쟁이 생겨 사람이 필요하다면 총알받이, 대포알받이 노병이 돼 반드시 우리의 평화를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들이 새벽 뇌리를 지배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구촌 평화를 위한 빅딜이 수면 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팽배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루려는 지도자 세 분의 노력과 열정에 경의를 표하면서, 한반도에 전쟁과 핵무기가 없는 완전한 평화가 자손 대대 이어지길 갈망한다.

    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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