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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꽃벵이’를 아시나요?- 김일석(경남과학기술대 곤충산학연협력단장)

  • 기사입력 : 2018-10-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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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순이를 아시나요’라는 노래를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꽃처럼 어여쁜 꽃순이~ 내사랑 꽃순이~.’ 이 글을 적으면서 유튜브 동영상으로 노래를 들어보니 가사에는 사뭇 애잔함이 묻어납니다. 웬 꽃순이 타령이냐구요. 글 제목 ‘꽃벵이를 아시나요’를 적어놓고 보니 뜬금없이 글쎄 이 노래가 떠올랐지 뭡니까.

    필자는 농촌진흥청(경상남도농업기술원) 정책사업인 곤충산학연협력단의 일을 맡고 난 후 ‘첫사랑 꽃순이’보다 ‘내사랑 꽃벵이’에 빠져 목하 이 녀석을 뜨겁게 사랑하고 있답니다. 알면 알수록 제 혼자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매력덩어리’이기에 그 사랑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여기에 글을 올립니다.

    ‘꽃벵이’의 정식 이름은 ‘흰점박이꽃무지’인데요. 족보상으로는 딱정벌레목 꽃무지아과로 분류되죠.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을 우리들은 예로부터 ‘굼벵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흰점박이꽃무지’는 부르기가 상당히 어렵고 또한 벌레라는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새로운 명칭에 대한 필요성이 그간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정부에서 국민들이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쉽게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새 이름 짖기 공모행사를 진행했었지요. 이때 얻은 애칭이 바로 흰점박이꽃무지의 ‘꽃’과 굼벵이의 ‘벵이’를 합성해서 만든 ‘꽃벵이’입니다. 이름이 꽤 예쁘지요. 얘네 들은 새 이름을 얻고 난 이듬해인 2016년 12월에 안전성까지 입증받아 ‘식품공전’에 등재되면서 지금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식품원료로 사용이 가능해질 만큼 몸값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그깟 애벌레가 어째서 이리 귀한 대접을 받게 되었을까요?. 첫 번째 답은 ‘꽃벵이’가 가진 강력한 약성과 약리효과 때문입니다. 이들 효능에 관해서는 오랜 역사성을 자랑하는데요. 지금으로부터 420여년 전에 편찬된 ‘동의보감’에 간질환에 좋은 약제로 이미 기록되어 있고 또한 고문헌인 ‘본초강목’에도 악혈·어혈 등을 치료하는 데 이용되어 왔습니다.

    최근 들어 한방의서 문헌기록 등을 근거로 많은 연구자들이 간 기능 개선, 당뇨나 혈관질환 등에 대한 약리효능을 검증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식의약용 산업화를 위한 연구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꽃벵이’가 귀한 대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영양덩어리’라는 점입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3대 영양소 중의 하나인 단백질 함량이 무려 57.86%로 이는 난류 8.5~14.4%, 육류 15.2~34.7%, 어류 10.4~47.7%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하게 높습니다. 이외에도 우리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나 무기질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식품으로서의 기능성과 영양성도 탁월합니다.

    적고 보니 무슨 약장사 같은 느낌도 살짝 들지만, 여기에 언급된 내용은 학술적 논문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에 믿으셔도 좋습니다. 이 글을 작성할 때 틀어 놓은 ‘꽃순이를 아시나요’의 노래가 저한테는 이제 ‘꽃벵이를 아시나요’로 들리네요.

    장담컨대, ‘꽃벵이’는 노래가사 속의 ‘어여쁜 꽃순이’보다 훨씬 더 예뻐해도 좋을 만큼 매력만점이자 영양만점입니다.

    김일석 (경남과학기술대 곤충산학연협력단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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