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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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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결혼과 장례 문화의 불편한 진실

  • 기사입력 : 2018-10-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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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흘러가도, 정권이 바뀌어도, 선진국이 되어가도 우리의 장례문화에 대한 변화는 좀처럼 도덕적 인식과 같이하지 않고 있다. 생각의 틀이 바람직한 장례문화의 방향으로 바뀌기는커녕 복잡다단한 생활 속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만 늘어나고 있다. 물론 매장(埋葬) 문화가 화장(火葬) 문화로 빠르게 증가하고 흩어진 무덤을 한 곳에 모으면서 가족묘원을 조성하는 등의 작은 장례 문화의 실천은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아직도 좀체 고쳐지지 않는 폐습 중에 ‘결혼과 장례 문화’가 있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마치 문무백관이 도열한 것 같은 화환을 보는 것이며, 화환 수(數)와 리본에 적혀 있는 인물과 지위의 정도를 보고 상주의 사회적 신분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다. 심지어 사회적으로 끗발이 있는 상주나 혼주의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을 가보면 화환을 둘 곳이 없어 리본만 떼어 벽이나 일정한 장소에 도배를 한 곳도 있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음지에 있던 이들이 그동안 치른 노력이나 희생에 대한 대가의 보답을 당연시 여기며, 사회 역시 그러한 분위기에 맞추어 알아서 대접을 해준다. 그중 가장 확연하게 눈도장을 찍는 수단으로 ‘경조사’에 참석해 직위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는 것을 제일로 여기고 있다.

    오래전 일이지만, 친구 부친이 세상을 떠났을 때, 마침 친구 형님이 제법 큰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정계에 있던 때였다. 한없이 길었던 문상객의 줄과 좁은 시골길에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서 있는 화환을 보면서 동네 주민들이 느꼈을 위화감은 꽤 컸을 것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일반인은 ‘화려한 경조사’를 치른 후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크게 겪는 경우가 대단히 많으며,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결혼과 장례문화의 현실이다. 모든 사회계층의 ‘공존’은 이러한 결혼·장례문화부터 바뀌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려면 첫째, 백해무익한 화환 주고받기를 없애야 한다. 둘째, 마치 채권자인 양 계좌로 당당하게 송금을 요구하는 악습이 사라져야 한다. 셋째, 갑질을 하거나 어색한 사이에게조차 동네방네 친절히 알려주는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야 한다. 사회 전체에 ‘작은 결혼’과 ‘작은 장례’ 문화가 정착될 때, 건전하고 부담 없는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들이 가꾼 작은 정원이나 작은 장소를 빌려 친척과 지인 몇 사람만 참석한 가운데 치르는 작은 결혼식과 조용하고 편안한 가운데 고인을 기리며 보내는 작은 장례식의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망자(亡者)에게 좋은 자리(명당)란 적시적기에 육탈(肉脫·살이 부패함)과 소골(消骨·뼈가 삭음)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을 말한다. 가족 중 일원의 죽음을 조용히 치르면서 우리도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남겨진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신후지지(身後之地·생전에 미리 잡아 두는 묏자리)를 잡아 두고, 매장을 할 것인지 화장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장사(葬事) 방식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막상 상(喪)을 당하면 정신이 없어 주위에서 권유하는 방식으로 한 후에 두고두고 후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원묘원에 자리를 잡아둘 때는 가능한 한 최근에 문을 연 곳을 택해야 좋은 자리를 구할 확률이 높다. 오래 된 묘원(墓園)일수록 광중 (壙中·무덤의 구덩이 부분)에 물이 차거나 땅속에 돌이 많이 있는 흉지를 고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예부터 매장은 대부분 산등성이에 하지만 화장 후 평장은 터만 좋다면 산 아래의 평지에 해도 무방하다. 매장을 한 후 봉분과 주변 관리를 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고 석물이 깨지거나 무너진 것 등을 보면 자손들의 삶과 조상에 대한 생각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조상의 혼이 자손들을 못 살게 괴롭히진 않으므로, 돌보기 어렵다면 화장을 해서 정성껏 모시면 조상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화장을 했다 하여 조상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록 화장을 했어도 정성스레 모시는 자손들이 번성하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다. 또한 그리 해야 후손들의 마음도 편해져서 경사가 따르게 된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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