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06일 (월)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몸집 더 불리는 ‘서울 공화국’-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18-10-02 07:00:00
  •   
  • 메인이미지

    정부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1일 수도권 신도시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에 330만㎡ 이상 도시 4~5곳을 조성, 아파트 20만 호를 추가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노태우 정부 때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 노무현 정부 때 판교·동탄 등 2기 신도시에 이은 3기 신도시 카드다.

    수도권 비대화, 땅값 폭등, 그린벨트 훼손 등 우려에도 ‘주택공급 부족론’을 내세우며 대규모 토목공사 강행 방침을 밝혔다. 수도권 개발 치중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기치로 국토균형발전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 정책에도 반한다.

    수도권 팽창이 어느 정도인지는 경부고속도로를 따라가면 쉽게 확인된다. 행정구역은 명목상 경계선일 뿐이다.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신도시 행렬은 서울의 연장이다. 충청권에서 KTX로 불과 1시간 남짓 걸리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충남 아산까지 다다른다. 경로우대 무료 지하철을 타고 온양온천을 나들이하는 노인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이처럼 서울, 경기, 인천을 넘어 충남·북, 세종까지 수도권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시설 투자 및 양질의 일자리가 충남·북과 세종에 몰린 결과 이 지역 인구가 늘었다. 지하철, 고속도로, KTX, SRT 등 교통망 신설 및 연장으로 출퇴근 시간이 단축된 것도 수도권 팽창을 부추겼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송재호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국토연구원 개원 40주년 세미나에서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49.8%,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밀집됐다고 밝혔다. 매달 발생하는 신용카드 사용액의 80%가 수도권에서 결제되고 신규 고용의 65%가 이 지역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수도권 집중 개발은 지역 양극화와 왜곡된 선민의식(選民意識)을 낳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122개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자 벌집 쑤신 듯하다. 수도권 정치인과 일부 서울 언론 등에서는 효율 저하, 직원 이탈에다 지역 간 유치전쟁 등을 거론하면서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서울 강서을)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경제 중심인 서울을 황폐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날을 세웠다. 나아가 “대기업 연구소가 왜 지방에서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오겠나. 우수한 인력이 지방에서 근무하기를 원하지 않고 연구소를 떠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지방에는 우수 인력도, 인프라도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 원내대표 고향인 진주의 현주소는 이렇다. 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진주혁신도시(이전기관 11개)의 경우 가족이 있는데도 ‘나 홀로 이전’한 임직원 비율이 58.3%(3151명 중 1836명)로 가장 높다. 정주여건 미비에 따른 ‘기피 도시 1호’라는 말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인 나라, 교육과 일자리 등 모든 인프라가 특정 도시에 집중된 나라가 어디 있을까. ‘대한민국은 서울 공화국’이란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추락하는 지방을 이대로 두면 국가 미래는 암울하다. 사람은 떠나고 곳간은 비어 간다. 지방이 소멸하면 서울은 더 잘 살 것 같은가.

    이상권 (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상권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