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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나는 눈이 큰 올빼미다- 서영훈(사회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09-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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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스물 정도가 될 때까지 나는 내 눈이 올빼미만큼 큰 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견줘 내 눈이 그리 크지 않다는, 어찌 보면 조금 작은 축에 속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제서야 하게 됐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들어 왔던 내 별명은 10년 이상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어머니의 화장대 위에 놓인 조그마한 거울에 내 얼굴을 비춰 볼 때면, 나는 눈을 찌푸리기도 하고 부라리기도 하면서 눈의 크기를 가늠해 보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친구들이 나를 모두 올빼미라고 한 것은 아닌 듯하다. 고작 한두 명이 그리 불렀던 것 같은데, 그 한두 명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를 올빼미라고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내 눈이 그 친구에 비해 컸을까. 여러 친구들 중에서도 큰 편이었을까. 아니면 반에서, 학년에서, 학교에서 가장 크게 보였을까.

    정부가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5년간 공공부문 일자리를 17만개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민간부문은 안 되니까 국가 재정을 바탕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만 만든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누구는 ‘세계적으로 공무원을 감축하고 있는데 한국만 늘리고 있다’라고 했고, 또 누구는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는 험한 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발표한 자료는 이런 비판과 거리가 멀다. 지난 2007년부터 2015년 사이 OECD 국가의 ‘일반정부 고용’(중앙정부+지방정부+사회보장기금)은 한두 해 하락한 적이 있고, 또 전 기간을 통틀어 하락한 국가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가간 평균 비율은 17.9%에서 18.1%로 약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 평균 비율은 한국의 그것에 비해 10%p 이상 높은 수치다. 한두 나라가 공무원 수를 줄였다고 세계적으로 감축 추세라고 하는 것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준에 있는 한국이 공무원 비율을 겨우 몇 % 끌어올리려 하는 것을 두고 ‘한국만 올린다’라고 비판하는 것은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꼴이다.

    자영업 폐업률도 그렇다. 상당수 언론이 국세청의 국세통계를 인용하면서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이 87.9%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흡사 10곳이 문을 열었는데 9곳이 문을 닫았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국세청이 이런 통계를 내놓지는 않는다. 단지 그해 몇 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그해 개업했던 지난해나 지지난해에 개업했던 몇 곳이 폐업했는지를 내놓는다. 이를 두고 폐업률이라고 하여 보도한 것이다. 새 정부 들어 최저임금을 많이 올려서 그렇게 됐다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국세청의 2017년 국세통계는 실상 2016년 통계치이다. 더구나 이러한 식으로 해석하는 폐업률이 지난 2007년부터 줄곧 평균 90%를 넘었다. 지난 정부 때의 일을 갖고 새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 창업과 폐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폐업률을 말하기에 앞서 폐업한 이유를 밝혀야 하고, 또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라는 한 가지 변수가 아니라 전체 취업자에 대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는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잠식 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마땅하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통계 왜곡을 보면서 ‘올빼미 트라우마’를 야기한 그 실체가 문득 궁금해진다.

    서영훈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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