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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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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 박문약례(博文約禮)- 글을 널리 배우고, 배운 글을 예법으로 요약하라.

  • 기사입력 : 2018-09-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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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년 전에 포항공과대학에 퇴계학(退溪學)을 전공하는 권오봉(權五鳳) 교수가 계셨다.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대학에 퇴계학을 전공하는 교수가 왜 필요해?” 하고 모두가 의아해했다.

    권 교수는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일본에 있는 한국학교의 교사가 돼 장기간 일본에서 거주했다. 평소 한학(漢學)과 퇴계선생의 학문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연구를 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일본에 거주하니 시간이 많아 축파대학(筑波大學)의 박사과정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주로 퇴계선생의 인간상이나 생활을 연구했다.

    1985년 55세 때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안동 근방의 국립대학 같은 데서 퇴계학을 연구해 나가면 좋겠는데 하는 희망은 가졌지만, 현실은 중노인을 채용해 주지 않았다.

    그때 우연히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포항공과대학장 김호길(金浩吉) 박사를 만났다. 김 학장이, “대학에 취직했나?”, “몇 군데 될 듯하다가 나이가 많다고 꺼리는 것 같아.” “그럼 우리 대학에 와서 한문하고 퇴계학 가르치게.” “공과대학에 내 전공이 무슨 필요가?” “공대생들이 현미경만 들여다보고 망치만 두들겨서는 안 돼. 한문을 알고, 인성(人性)이 돼야 해. 그래야 더 큰 학문을 할 수 있어. 자네가 적임자야!”

    권 교수는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었다. 권 교수는 포항공대에 부임해서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했다. 주말마다 김 학장과 함께 선현 유적지 등을 답사했다.

    김 학장은 한학에 대단히 조예가 깊었다. 두 분이 취향이 서로 맞았다. 그 결과 두 분은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와 타락한 윤리도덕을 개탄하고, 이를 바로잡을 단체가 하나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1987년 여름 도산서원에서 만나자고 권 교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7월 1일 도산서원에 퇴계 종손인 이근필(李根必) 선생, 후손인 이동승(李東昇) 교수 등 10여명이 모였다. 김 학장도 참석하려고 했으나, 일이 있어서 못 왔다고 했다. 권 교수가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윤리도덕을 재정립할 유림단체의 필요성에 대해서 제안설명을 했다. 모두가 찬성했다. 회의 이름을 논의하다가 퇴계 종손이 박약회(博約會)로 하자고 제안해 모두가 찬성했다. 이렇게 해서 박약회가 싹이 텄다.

    ‘박약(博約)’이라는 말이 논어에 두 번 나온다. 공자의 말씀 가운데 “군자다운 사람이 글을 널리 배우고 예로써 요약하면, 도리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君子, 博學於文, 約之以禮, 亦可以不畔矣夫.]”라는 구절이 있다. 또 제자 안자(顔子)가 “선생님께서는 차례차례 나를 잘 인도하시어, 글로써 나를 넓혀주시고, 예법으로써 나를 단속해 주신다.[夫子, 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라고 했다.

    * 博 : 넓을 박. * 文 : 글월 문.

    * 約 : 요약할 약. * 禮 : 예법 례.

    동방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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