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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소주전쟁과 말(言)의 힘-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09-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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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음식점을 흥하게 하고, 망하게 한다.

    어느 집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의 평가는 찾는 사람의 입에 달려 있다. 입은 엄청난 전달의 파급효과를 낸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은 맛이 모두가 아니라는 데 있다. 주인의 퉁명스런 모습, 종업원의 까칠한 행위 등은 아무리 음식이 맛있더라도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이런 곳의 평가는 좋지 않다. 나쁘게 말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요즘에는 파워블로거니 뭐니 하며 음식점을 평가하고 다니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분히 감정적으로 대하는 곳도 있다 하니 이것 또한 경계할 일이다.

    경남과 부산의 소주시장을 휩쓸던 우리 지역 주류업체인 무학이 뜻밖의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술집이든 음식집이든 무학에서 만든 소주는 어느 순간 대세가 아니었다. 자리에 앉으면 종업원이 “어떤 술을 드릴까요?”로 선택을 강요한다. 이때 아주 잠깐 조용해진다. 어떤 것을 시켜야 하나? 잠깐 동안 서로의 눈치를 보며 하나를 선택한다.

    선택토록 한다는 것. 경쟁업체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지역소주가 대세인 이곳에 어느 순간부터 선택에 의한 결정을 하게 됐다는 것은 경쟁업체로는 성공적이지만, 당사자의 입장으로서는 치명적이다.

    오래전 어떤 강의에서 조미료인 ‘미원’과 ‘미풍’에 대한 설명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는 당시 큰 회사였던 ‘미풍’의 영업사원들이 현장에 나가 소비자에게 “우리 회사 것은 ‘미원’보다 이런 면에서 좋다…”고 소개했다고 한다. 그때 부터 소비자들의 머리에는 ‘미원’만 남게 되고, ‘우리 회사 것’으로 소개했던 미풍은 머리에서 없어졌다고 한다. 결국 사세가 바뀌게 된 것을 강조했다.

    말의 위력은 이렇게 엄청나다. 특히 먹는 것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 무학이 그동안 까칠했나? 주정에 문제가 있었나? 거만해졌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부동의 자리를 빼앗길 만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분야든 시나브로 파고든 부정적 말이 일순간 파동을 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관계자들의 행동과 행위가 반듯해야 함은 물론이고 제품에 엄청난 신경을 써야 하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

    한순간만 방심하면 온갖 루머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

    아마 저도수 소주의 경쟁에서 정상의 자리를 놓고 벌어진 한판 승부의 과정이 아니었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정상 질주에는 항상 마가 따른다. 하지만 이 또한 겪어야 할 일이라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어떤 지인은 소주를 시킬 때 소주 이름을 대며 달라고 한다. 주인과 종업원에게 선택의 강요를 허물어 버린다. 이런 적극적인 주문에는 마가 끼어들 틈이 없다.

    아내가 예쁘다고 사온 작은 크기의 진열품인 소주 한 세트를 보면서 소주전쟁의 한 단면이 떠올라 한 말이다.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소주가 맛의 힘으로 사랑받고, 말의 힘으로 흥하길 기대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석에 조상에게 올릴 술을 지역 국화주로 사봐야겠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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