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8일 (일)
전체메뉴

[진단] 환경부 항공기 소음 측정값 엉터리 (중)문제점

계산 오류에다 공표는 측정 석달 뒤에나 …
환경공단 측정값 수식 잘못 적용
월평균 소음도 최대 14웨클 차이

  • 기사입력 : 2018-09-13 07:00:00
  •   

  •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항공기 소음 측정값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수식을 잘못 적용해 월평균 소음도가 최대 14웨클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한 해 1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항공기 소음 국가 통계를 작성하고 있지만, 값의 정확도는 물론 활용도도 매우 낮아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공단, 소음 값 계산 오류= 본지가 한국환경공단에 정보공개청구해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항공기 소음 자동측정망의 측정값을 월평균 항공기 소음도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수식을 잘못 적용해 소음도가 14웨클 이상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측정값을 보면, 지난해 여수공항 노촌지점에서는 5월 12일 한 차례 소음을 감지했고 52.87의 일 평균 웨클이 산출됐다. 공단은 그러나 계산 과정에서 항공기 소음값이 측정된 1일이 아니라 전체(31일)를 계산식에 잘못 적용하면서 월평균 소음도를 정상적인 계산보다 무려 14.31웨클 낮게 계산했다. 공단은 이 같은 오류를 범해 지난해 여수공항 노촌지점 9월 56.57→52.25, 울산공항 반구지점 1월 58.06→43.15, 제주공항 성화마을지점 5월 70.96→66.46 등 공항별로 최소 4.32웨클에서 최대 14.91웨클 등 정상치보다 낮은 값을 산출했다. 항공기 소음 측정값이 없는 날은 계산에서 제외해야 했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하면서 월평균 웨클값이 낮게 산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값은 연평균 웨클에도 영향을 미쳤고 환경부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의 2017년 자료로 확정됐다. 환경부의 소음 자동측정망이 지난 1989년부터 설치된 점을 볼 때 잘못 계산된 소음값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측정값 오류에 대해 한국환경공단 생활환경팀 관계자는 “2017년도까지는 0값(항공기 소음이 감지되지 않은 날)으로 측정된 값도 계산식에 포함되면서 월평균 웨클값이 낮게 나왔다”면서 “지난 2월 경남신문 보도 이후 올해부터는 0값을 포함하지 않고 있고 내부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며 오류를 인정했다.

    측정값이 잘못 산출됐다는 이상신호는 월별로 산출된 소음값만 봐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울산공항 반구지점의 월평균 웨클값은 1월 43웨클, 5월 62웨클로 19웨클의 차이가 있고, 제주공항 성화마을지점은 5월 66웨클, 11월 86웨클로 20웨클이나 차이가 난다. 공단은 월별 측정값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국립환경과학원에 2차 검증을 맡긴 셈이다. 2차 검증을 마친 소음값은 통계청을 통해 국가 공식통계로 기록됐다.

    메인이미지

    ◆인력 부족 탓?= 공단은 전국 90개 지점에서 녹음된 소음 파일을 모두 들으면서 분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리 인력이 적어 모두 확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공단에 따르면 측정망을 관리하고 값을 분석하는 인력은 공단 1명, 수도권지역 3명, 부·울·경지역 2명, 충청권지역 2명, 호남권지역 2명 등 10명에 불과하고 이들은 항공기 소음뿐만 아니라 환경, 철도, 도로 등 기타 소음 관리업무도 병행한다. 특히 부울경 지역은 무려 5개 공항의 분석 업무를 비롯해 기타 소음 업무를 직원 2명이 해내고 있다. 울산 반구지점에서 지난해 5월 녹음된 파일이 5200개인 점을 감안할 때, 전국 90개 지점에서 한 달 동안 녹음되는 파일은 수십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리적으로 분석 시간이 부족하지 않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공단 부·울·경지역본부 관계자는 “김해·대구·울산·포항·사천공항의 소음을 관리하고 있고 모든 파일을 들어보고 있다. (시간이 부족할 경우) 직원들이 집에서도 듣고 있다”고 했다.

    2차 검증 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에서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구원 1명, 연구관 1명 등 2명이 항공기 소음 자료를 검증하고 있지만,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기 쉽지 않아 사실상 절차상 문제만 확인하는 실정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데이터 하나하나를 모두 분석하기는 어렵고 1차 기관인 공단에서 분석을 해주면 경향이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선에서 검증이 이뤄진다”며 “1차 기관인 공단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서 저희(과학원)한테 온다. 이상이 있으면 1차 기관에서 먼저 조치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사실상 1차 기관에서 확정한 값이 거의 그대로 공표되고 있는 셈이다.

    ◆3개월 뒤 공표되는 소음값, 실효성 의문= 공단에서 측정한 소음값은 환경부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분기별로 공표된다. 제대로 측정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값이 분기별로 노출되면서, 공항 인근 주민들은 오늘 지나간 항공기 소음을 확인하려면 4개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마저도 일별 소음값이 아닌 월별 소음값만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와 별도로 50개의 측정망을 운영하는 국토부도 마찬가지다. 소음 자동측정망은 주민들에게 소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소음값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국 공항에 설치된 140개의 자동측정망이 사실상 자료 축적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음 측정값을 주민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하려면 측정값을 실시간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기 감지 횟수, 데시벨(㏈) 등을 분석해 산출되는 웨클값은 분기마다 제공하더라도, 주민들이 체감 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데시벨 값은 실시간으로 제공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항공소음협회 관계자는 “소음값이 분기별로 노출되면서 주민들은 집 주변을 지나는 항공기 소음에 대해 막연하게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측정망을 10년 이상 운영하면서 소음값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바탕과 기술이 마련된 상태다.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다”고 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박기원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