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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산 ‘가고파 골목’에 ‘가고파’가 없다 - 오하룡(마산문협 고문·시인)

  • 기사입력 : 2018-08-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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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그 이상한 곳에 들러본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우연히 지나가다 알게 되었지만 그곳이 왜 이상하게 꾸며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으로 이곳을 꾸민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는 사이 제법 세월이 좀 지났다. 필자의 우유부단한 성격의 단면일 수도 있다. 여기서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골목을 표시한 대로 이해하고 찾아들었다가 실망하고 돌아서는 외지 사람들이었다. 얼마나 실망할 것이며 왜 이런 사실과 다르게 엉터리로 꾸며놓았는데도 아무도 그 엉터리를 엉터리라고 지적 않고 지나는지 그 나무람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골목 입구에는 분명 ‘노산동 가고파 골목 입구’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그렇다면 응당 그 유명한 ‘가고파’를 기려 그 가고파를 지은 작가와 그 작품 내지는 업적을 소개해 놓았거니 여기고 사람들은 찾아들 것이다. 그곳은 가고파의 작가 노산 이은상이 나서 자란 곳이고 그의 문학적 명성을 기려 그 동네 이름까지 그의 호를 따서 ‘노산동’으로 붙인 곳이니 어련하랴 단정할 것이다. 그런데 현장을 둘러보곤 어떤 생각이 들까? 필자는 처음 이곳을 보고 꼭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그곳에는 가고파에 대한 소개는 아무것도 없고 엉뚱하게 창신학교 교사를 지냈거나 인연이 있는 한글 학자 이윤재, 안확, 김윤경, 이극로 선생의 ‘소개 판’이 똑같은 규격으로 나란히 서 있고 거기 곁들여 막상 이곳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창신학교 설립자의 한 사람인 이은상 선생의 부친 이승규 선생의 소개 판과 가고파의 작가인 노산 이은상 선생의 소개 판이 서 있기는 하나 그 소개가 지극히 형식적인 데 그치고 있다. 특히 이은상 선생에 대해서는 망신주기나 마찬가지 소개여서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당황스럽고 황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고파 골목이라고 소개해놓고 막상 그 소개 판에는 물론이거니 그 주변 어디에도 가고파라는 단어 하나 없고, 가고파가 아니면 노산의 다른 작품이라도 보이면 좋으련만 그런 작품 하나 소개되지 않고 있다. 가고파의 명성을 의식하여 꾸미려고 작정했다면 그 취지에 맞게 사실적으로 꾸미면 됐을 것이다. 가고파와 직접 관련 없는 한글학자들은 왜 끌어들였으며 노산과 관련 없는 둘레길은 무엇인가. 시늉만 한다고 가고파 유적지가 된다고 생각했을까? 짐작컨대, 노산 유적지인 노산동에 노산 선생을 기려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얘기는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궁리한 것이 결국 가고파 유적지 꾸미기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걸리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시민단체로, 이들의 행위는 실상 노산 선생의 90%의 공은 덮고 10%의 과만 문제 삼는 행위들이다. 노산 선생의 위대성을 의식하여 그 유적지를 꾸미면서 어떻게 과만 문제 삼아 공을 깡그리 덮어 망신을 사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창원시도 새 시장 체제가 들어서고 했으니 우리 지역 문화보배인 노산 유적지를 당당히 꾸미길 축구한다.

    오하룡 (마산문협 고문·시인)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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