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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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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 상태를 기록하는 사진가 노상태 씨

이름처럼 ‘상태’를 찍고 기록하다

  • 기사입력 : 2018-08-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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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으로 그 사람의 직업을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은 이름 따라 간다는 말이 들어맞는 사람이 있으니 가능도 하겠다. 상태를 기록하는 상태, 상태를 찍는 상태. 진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도 진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노상태(30) 사진가다.

    해외에서 열리는 패션위크로 날아가 패션피플들의 감각적인 옷차림을 사진에 담는 일, 3년간 거의 매일같이 진주를 바라보며 진주를 수없이 기록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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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 노상태씨가 카메라를 스탠드에 고정해놓고 사진을 찍는 자신의 옆모습을 스스로 찍고 있다. 본문 속 사진들도 노 작가의 작품들이다. /노상태 사진가/

    ▲스포츠 매니저를 꿈꾸다 카메라를 사다

    처음부터 사진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경남FC에서 주말에 아르바이트로 일할 정도로 축구팬이었던 그는 스포츠 매니지먼트가 발달한 스페인 유학을 간 뒤 해외 스포츠팀에서의 취직을 꿈꾸다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경영 전공을 살린 패션MD(머천다이저)를 생각했고 그 길로 쇼핑몰 ‘르 블랑’을 설립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진은 업으로 삼는다는 건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제대 후 첫 필름카메라인 캐논AE-1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팔고 관심이 급격히 식었죠. 다시 카메라가 갖고 싶어진 건 인도여행을 다녀와서예요. 한 달간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을 제대로 남기지 못해 아쉬웠거든요. 마침 패션MD를 준비하기 위해 패션 블로그를 운영해야겠다는 명분도 생겨서 2012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보급 디지털카메라를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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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샤넬 오트쿠튀르 쇼장 앞에서 촬영한 패션 인플루언서 카밀라 코엘료.

    ▲무작정 패션사진에 뛰어들다

    ‘잡지 커버를 찍고 싶다.’ 몇 개월간 카메라를 들고 나서 막연히 생각한 목표였다. 패션 잡지와 사진들을 꾸준히 훑어보던 그는 2013년 10월 패션쇼가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에서 패션 스냅을 직접 찍어보기로 마음먹고 상경한다.

    “재밌었어요. 패션 관계자들이 수없이 모인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처음이고, 카메라도 전날 사서 익숙지 않은 준프로급 카메라를 갖고 온 것 치곤 꽤 괜찮게 찍네? 하며 스스로 우쭐한 기분도 느꼈죠.”

    1년 뒤 그는 세계 패션 트렌드의 중심인 뉴욕패션위크에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2014년 미국 LA(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원단회사에 취직하게 되고, 뉴욕패션위크 사진을 위해 다른 핑계를 대면서까지 휴가를 쓴 간절함이 더해진 덕분이다. 그가 이동한 거리만큼이나 그의 사진은 1년 전과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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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오기 직전에 진주 김기종 사진가가 열었던 사진반에서 처음으로 사진의 기초부터 배울 수 있었어요. 미국에 와서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했던 업무가 끝나면 매일같이 카메라를 들고 나갔고, 주말이면 더 멀리 나가 찍었습니다. 사진이 해방구였으니까요, 그게 축적됐죠.”

    수많은 사진가가 등장하는 뉴욕패션위크에서 그의 사진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패션 스냅을 찍어준 것을 마음에 들어한 패션브랜드 대표와 패션 스냅 촬영 계약을 맺었고, 스트릿패션 사진으로 유명한 매거진 무신사의 LA판을 담당하며, 이석태 디자이너의 패션쇼 하우스 포토그래퍼가 되는 기회도 생겼다. 짜릿함이 그를 불태웠다. ‘내 길이다.’

    미국서 사진 전공으로 대학원을 진학하기 위해 준비차 한국에 들어왔던 그는 고향 진주에서 중요한 조력자 둘을 만났다. 휴먼스 오브 진주 김기종 작가, 김재희 디렉터를 만나 2015년부터 매일 진주를 기록하는 ‘디스커버 진주’를 맡게 되면서 진주에 자리 잡고 활동을 시작했고, 사진가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S7 프로모션을 협업하고, 패션브랜드인 MCM, 젠틀몬스터의 PPL광고 촬영, 지난해에는 수원국제사진전에 초대받아 디스커버 진주 사진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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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한다는 것

    현재 영화 ‘바보들(가제)’의 메이킹 촬영감독까지 맡으며 광범위한 보폭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고민하는 하루하루다. 20대 중반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행스럽다 여기면서도 꾸준히 하고 싶은 것을 상기시키고, 자신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중이다.

    “최근에 패션사진을 찍고 싶은 게 아닌 걸 알게 됐어요. 가장 맞고, 제일 잘 찍고 싶은 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많이 했으니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 믿어버렸는지도요. 이제는 제가 사람이 아닌 건축물과 정물들을 담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렬돼 있고, 그만의 패턴이 있는 ‘안드레아 거스키’풍의 사진을 선호하고요.”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정적인 성격과 수평·수직맞춤에 대한 강박, 예민함은 사진가로서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트리밍이 필요없을 정도로 사진의 수평수직을 맞춰요. 셔츠를 찍을 때 비틀린 주름 하나를 참지 못하고,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오류들을 꼭 수정해서 보내기도 하지요. 말만 들어도 피곤한 일이지만 이런 것이 제 사진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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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

    상업사진으로 크게 알려지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 이를 위해 사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사진·영상물 제작업을 더한 ‘르 블랑’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구상 중이다. 그 사이에 천천히 취향과 안목을 쌓아 원하는 것을 뚜렷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하루에 적어도 영화 한 편을 본 것도 4년째, 올해 초 해외출장에서는 사진집들을 짊어지고 돌아왔고 모바일로도 수시로 사진을 찾아본다. 강한 영감은 주로 해외활동으로부터 받는다.

    “사진가에겐 항상 새로운 자극이나 영감이 필요한데 주로 해외에서 많이 얻어요. 길과 사람, 식기 하나까지도 다 새롭고 낯선 것들이니까요. 그리고 거기선 이방인인 제게도 마음이 열려 있기도 하고요. 영화제작자, 해외 유명 호텔지배인, 한국 백화점 패션 총괄매니저를 만나는 생각지 못한 기회도 많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들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다양한 환경에 밀어넣으라고 권하는데, 그중에 제일이 멀리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저 스스로도 여러 곳으로 떠나 많은 경험을 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고 싶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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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체상태, 고체상태로 놀림받다 이제는 특별해서 좋다는 이름. 해외서 ‘NO(노) CONDITION(컨디션; 상태)’이라고 하면 웃는다는 이름.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한문의 뜻을 듣고 무릎을 쳤다. 서로 상에, 기꺼울 태(兌). 이런 재능과 노력, 열정이면 서로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 미리 알려주신 건 아닐까 하고, 어떤 경우에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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