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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 파괴모어(破壞母語) - 자기 나라 말을 부수어 못 쓰게 만드다

  • 기사입력 : 2018-08-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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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에 자료를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열었더니 시작하는 화면에 떠오른 수많은 제목 가운데 ‘박항서 매직’이라는 제목이 있었다.

    ‘월남 축구팀 감독으로 있는 박항서 감독의 성적이 대단한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고 해당 제목을 열어 보니 월남 팀이 일본 팀을 1대 0으로 이긴 내용이었다.

    “‘박항서의 기적’, ‘박항서의 마력’ 정도로 하면 되지, ‘매직’이 뭐야? 너무 심하군!”라고 혼잣말을 하며, 한글학회에서 낸 가장 큰 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매직’이란 단어는 올라 있지도 않았다.

    새벽에 조선일보를 받아보니 역시 제목이 ‘박항서 매직’이었다. 아침밥을 먹으며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니 자막에 모두 ‘박항서 매직’이었다.

    밥을 먹고 다시 컴퓨터를 켜 ‘박항서 매직’으로 검색을 해 보니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연합뉴스 등 거의 모든 신문의 기사 제목이 꼭 같았다.

    한국어학을 전공하기 위해서 중국에서 유학 온 유도도(劉桃桃)란 학생이 지난 2월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보고 분석해 ‘한국의 외래어 사용 실태’라는 글을 썼다.

    중계방송하는 10분 동안에 사용한 외래어가, SBS는 약 500개, MBC는 약 450개, KBS는 약 300개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중계방송하는 동안 토씨만 우리말이고, 거의 대부분 외래어였다.

    중국 사람들이 쓰는 축구 용어는 이러하다. ‘전구(傳球)’, ‘수문원(守門員)’, ‘두구(頭球)’, ‘중권(中圈)’ 등 모든 영어를 중국어로 번역해서 쓴다. 이 말들은 우리나라에서 지금 쓰이고 있는 ‘패스하다’, ‘골키퍼’, ‘헤딩’, ‘센터서클’에 해당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외래어가 너무 범람하고 있다. 영어 전공자들도 모르는 외래어 단어가 신문 방송에서 쓰이고 있다. 심지어 미국 사람이나 영국 사람들도 모르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도 정식 영어도 아니고, 엉터리 영어가 대부분이다.

    중국 동포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가장 괴로운 것은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외래어를 몰라 상대방의 대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국어는 단순히 하나의 언어가 아니고, 어떤 사람의 생각과 논리를 형성하는 틀이다. 나아가 어떤 민족의 문화를 결정하고 특징을 부여해 주는 주춧돌이다.

    언어가 없어지면 그 민족은 곧 없어진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식인들에 의해서 우리말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서 감옥살이를 했던 애국적인 선배 학자들을 생각할 때,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파괴해서 되겠는가?

    *破 : 부술 파. *壞 : 무너뜨릴 괴.

    *母 : 어미 모. *語 : 말씀 어.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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