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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뿌리 - 이종훈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8-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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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 중에 대표적인 것은 용비어천가에 수록된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 성하도다’라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함축적인 의미가 많아 정치인이나 교수, 문학가, 사상가 등을 통해 여러 가지 갈래로 인용이 되곤 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까지도 지난 3월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용비어천가 구절을 인용하며 중국과 북한의 뿌리깊은 관계를 강조했다.

    ▼뿌리의 중요성은 교육과 문화, 산업계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중요성을 알면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소홀하게 취급하지 않았나 싶다. 대표적인 것이 뿌리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뿌리산업은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주조, 금형, 용접 등 공정 기술을 활용해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주력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하는 기반산업이다.

    ▼정부에서도 지난 2011년부터 관련법률을 제정해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역할과 중요성이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1년 전 작고한 경남의 정규화 시인은 유고시집 ‘뿌리에 대하여’를 통해 ‘우리는 보이는 것에만/눈길을 보냈다// 땅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뿌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아무리 줄기와 잎이 왕성하더라도/나무를 자라게 하는 것은/뿌리다//’라며 보이지 않는다고 뿌리를 백안시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김경수 도지사는 제조업 혁신을 도정의 주요과제로 내세우며 스마트공장 구축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뿌리가 아래로 향하는 것은 줄기를 위로 오르게 해 그 나무가 튼튼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근본은 아래로 향하는 것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스마트한 공장도 만들 수 있고 제조업도 혁신할 수 있다. ‘산수화와 풍경화는 많지만 누구도 뿌리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정 시인의 시가 가슴에 와닿는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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