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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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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중기의 눈물…크라이슬러가 알아본 기술, 한국은 모른다

마산자유무역지역 차량부품 생산
대성코리아(주)의 ‘눈물’
‘드라이브 샤프트’ 35년 노력 개발

  • 기사입력 : 2018-08-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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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대성코리아(주) 정종훈(오른쪽) 대표와 김대철 관리이사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대성코리아(주)에게 지난해는 최악의 해였다. 생산품의 50%를 납품하던 GM이 휘청댔고, 주요 수출국인 호주와 터키도 무너졌다. 역시나 GM 계열인 호주 holden사(社)와 맺은 수출계약은 급격히 줄었고, 리라화가 폭락하면서 터키 HEMA TRW사(社)는 대금결제조차 못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대성코리아는 자동차 조향 장치와 동력 전달 부품을 생산해왔다. 미션과 바퀴 사이 힘을 전달하는 축인 드라이브 샤프트(Drive Shaft)를 주력으로 생산해 이래AMS(구 한국델파이)를 거쳐 GM에 납품하는, 비교적 탄탄한 중소기업이었다. 매년 30~40억 매출을 올렸고, 20여명 정도 직원들이 상주했다. 백만불 수출의 탑도 수상했다. 물론 2016년까지의 이야기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이 흔들리고, 미국이 관세장벽을 세우자 대한민국 중소도시의 조그마한 2차 밴더도 갈 길을 잃었다. “인건비 감당을 못해서 직원들 내보내고,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정종훈 대표는 한숨부터 내쉰다. 하지만 제조업이 악화일로를 걷고있는 현 상황이 비단 대성코리아만의 문제는 아닐 터. 사실 이보다 더 큰 고뇌가 정 대표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진주출신인 정 대표는 공학기술자다. 경상대 농기계과 졸업 후 삼미금속에서 10년, 태림산업에서 10년을 근무하며 자동차 부품 소성가공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마침 중국 진출을 노리고 한국에 연구소를 설립하려던 독일 Schmitter사(社)에서 정 대표를 스카우트했고, 2010년 정 대표가 연구소와 공장을 인수하면서 대성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해 지금까지 왔다.

    정 대표는 공학자답게 기술개발에 힘써왔다. 기존의 드라이브 샤프트보다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제조방법으로 미국, 중국에 특허를 출원해 놓았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30여년 동안 갈고닦은 기술력이 빛을 발할 기회가 찾아왔다. FCA(피아트 크라이슬러)의 테스트를 통과해 6년간 매년 24만개, 350억원치 드라이브 샤프트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 대성코리아에서 만든 제품은 지프의 체로키(Cherokee)에 장착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회라는 꽃은 왜 하필 위기라는 밭에 씨앗을 떨구는 걸까. 자금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익금 대부분이 연구개발비로 재투자돼 자금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생산라인을 갖추어야 하는 과제가 목전에 닿은 것.

    “내년 1월까지 설비 깔고 9월에는 물량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50억원 정도 투입해야 라인 2개를 깔 수가 있는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죠.” 주거래은행,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에 자금지원 신청을 하는 등 발 벗고 뛰고 있지만 확답을 주는 곳은 아직 없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신용등급이 저하된 탓이다.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35년 노하우를 모두 쏟아 개발한 제품인데… 10년 넘게 견실하게 운영되다 한 두해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기업의 역사나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알아보려는 투자처가 없어요. 연일 중소기업 지원금이 남아돈다는 보도가 나던데,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혜택을 받을 수가 없네요. 어찌된 일일까요?”

    전 세계 드라이브 샤프트 시장은 7조원 규모. 한반도 남단의 자그마한 기업이 오로지 기술력으로 승부해 독일 GKN그룹이 FCA에 공급하던 물량을 공략했다.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다시 독일 차지가 된다. “중국기업들이 수시로 찾아와 기술을 넘기라며 상당한 금액을 제시하는데, 매번 거절합니다. 저야 먹고살기 편하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어요. 그렇게 사라진 중소기업 부지기수입니다. 애국자로 알아달라는 뜻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하기 참 어렵네요. 그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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