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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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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공대생에게 시를 읽어주는 남자- 주철우(창원시의원)

  • 기사입력 : 2018-08-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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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난 책을 좋아해 도서부원이 된다. 그런데 이런 아뿔싸! 책 정리가 주 업무다.

    하지만 시화전은 참 좋았다. 당시 공개적으로 여학생을 만나 말을 섞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였기에. 물론 기회를 잘 살리진 못했다.

    도서관에 갔다가 정재찬의 시 에세이 ‘그대를 듣는다’를 빌린다. 아내가 김제동의 ‘톡투유’를 보며 말한다. “이 사람이 공대생에게 시를 읽어 준데.” 그때까지만 해도 빌린 책을 몇 장밖에 읽지 못했다. 하지만 글이 잘 읽혀 저자가 누군지 궁금해하던 터, 나는 더 놀란다. 이런 우연이!

    한때 난 시를 직접 쓰고 또 ‘사랑 시’를 밤새 베끼고 암송했다. 그런데 한동안 나 역시 시를 잊고 살았기에 더욱 정재찬 교수란 분도 궁금해졌다. “진짜 왜 공대생에게 시를 읽어주고 그러는 거지?”

    내가 시와 멀어지기 시작한 건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다. 난 낮엔 죽으라고 일하고 밤엔 밤새 술을 퍼 마시며 지쳐갔다. 다행히 죽진 않았다. 하지만 점점 내 마음은 가난해졌다. 그런데 요즘은 대학생들조차 시 한 편 읽을 여유가 없나 보다. 마음이 정말 아프다.

    정재찬에게 시란 전쟁의 참화 속에서 터키해변에서 숨진 세 살배기 ‘아일린 쿠르디’의 사진도, 유행가의 노랫말도 다 한 편의 시였다.

    난 드디어 이 책을 통해 그와 사랑에 빠졌다. 간만에 가슴이 두근두근. 이 얼마만인가!

    찾아보니 정확하게는 전작(前作)인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 내용이란다. 이 강의를 들은 공대생 법대생들이 최고의 강의라고 했다나.

    그런 정재찬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내가 밤새 베껴 썼던 곽재구의 ‘새벽편지’ 몇 소절을 보낸다.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새벽편지를 쓰기 위하여/새벽에 깨어나/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주철우 (창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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