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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우리에게 최저임금이란 무엇인가- 김주열(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 기사입력 : 2018-08-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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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최저임금 1만원 목표 달성이라는 선거공약에는 미치지는 못하지만, 3일 2019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확정 고시됐다.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 액수이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다. 경영계(경총, 중소기업중앙회 및 소상공인연합회)의 이의신청에도 불구하고 예상대로 지난달 26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을 고용노동부가 수용하여 이를 확정한 것이다. 해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는 하였지만, 특히 올해의 최저임금 결정과정과 그 이후의 양상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결과를 낳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 9명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안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고 부결시켰다’는 이유로, 근로자위원 9명 중 민주노총 소속 위원 4명은 ‘지난 5월 28일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는 이유로, 모두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의 근로자위원 5명(근로자안 8680원)과 공익위원 9명(공익위원안 8350)이 각각 제시한 최저임금 안을 표결에 부쳐 8대 6으로 공익위원안이 의결됐다.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들 각 9명, 합계 27명의 위원들 중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찬성으로 가결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은 2%대에 불과하다는 근로자들의 불만과 함께 산업별 경영인들 모두(법조계를 비롯한 전문직 종사자들이라 해서 예외인 것은 아니다) 경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독자적인 근로계약서 작성 등의 방법으로 최저임금에 대해 불복종하고, 소상공인들도 국민이다’라며 저항하고 있고, 심지어 지금까지 정부의 보조를 제일 많이 받고 있었던 농민들마저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고 있어, ‘소상공인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며 이에 대해 3조원가량의 정부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정부 발표를 무색케 한다.

    우리에게 최저임금이란 무엇인가? 최저임금법 제1조에는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취지대로라면 우리 모두 환영하고 반겨야 할 것임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근로자와 정부(정치인과 관료), 경영인(대기업, 중견 및 중소기업, 소상공인, 전문가 집단), 농어업인 등 경제주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최저임금이 서로 다르고, 경제 현상과 성장 방법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르다. 특히 정부의 ‘소득주도형 경제성장론’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심하다. 법의 역할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최저임금법과 최저임금위원회 등은 그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부(정치인과 관료)는, 정치행위와 경제행위를 분리하여 정부 역시 경제 주체 중 하나이며, “시장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개입이 ‘정부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제임스 뷰캐넌, 이스라엘 커즈너 등)는 경제학자들의 말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시장은 계획해서 의도적으로 만든 질서가 아니라 언어나 관습처럼 하나의 과정으로서 ‘자생적 질서 (spontaneous order)’”라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말에 동의한다면, 최저임금을, 나아가 경제정책을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책임(책임 경영), 경제 주체들의 협업정신과 자율 및 책임에 믿고 맡겨두면 어떻겠는가.

    몽골제국의 개국에 공헌하고 초기 기초제도를 잡는 데 기여한 야율초재의 “하나의 이익을 일으키는 것이 하나의 폐단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興一利 不若 除一害)”는 말이 그립다. 최저임금법의 존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김주열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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