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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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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90)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60

“역까지 마중 나왔어요?”

  • 기사입력 : 2018-07-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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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얼빈 역에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자리와 이토 히로부미가 서 있던 자리가 표지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김진호는 표지석 앞에 이르자 숙연해졌다.

    서른세 살의 젊은이.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를 두고 죽음을 선택한 인물.

    “코레아 우라!”

    러시아어로 대한민국 만세를 당당하게 외치고 체포되어 순국한 인물. 그의 발자취를 따라 10박11일 동안 취재여행을 하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100년이 지나니 무상하구나.’

    그가 순국한 지 이미 100년이 넘었다. 김진호는 한참 동안이나 표지석을 보고 있다가 광장으로 나왔다.

    “진호씨.”

    원심매가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손을 흔들었다. 김진호는 손을 흔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원심매가 대뜸 김진호의 팔짱을 끼었다. 하얼빈은 유동인구가 하루에 20만명에 이른다는 큰 역이다. 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오가고 있었다.

    “역까지 마중 나왔어요?”

    “호호호. 초대했으니까 당연히 마중을 나와야죠.”

    원심매는 화사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 화장도 진하게 하고 있다. 초여름이라 초록색의 원피스를 입었는데 잘 어울렸다.

    “피곤하세요?”

    “아니요. 하루 종일 기차에 앉아 있었어요.”

    “호호호. 북경에서 아주 멀죠? 남경에서는 더 멀어요.”

    택시정류장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김진호는 카메라와 노트북이 든 가방 하나만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노트북은 최신형이라 1kg도 되지 않는다.

    “러시안거리부터 가실래요? 건물도 예쁘고 송화강도 가까워요. 서양 음식점도 많고요.”

    “좋습니다.”

    역광장에서 택시를 탔다. 하얼빈은 오래된 도시답게 고풍스러웠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도시 풍경이 독특했다. 낡은 시가지와 신시가지가 공존하고 있다. 이내 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러시안거리에 이르렀다.

    ‘여기는 완전히 100년 전 유럽과 같네.’

    러시안거리는 아름다웠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가고 있었다. 관광객들 중에는 백인들도 많았다. 미인들도 많이 오가고 있었다. 김진호는 카메라를 꺼내 도시풍경을 찍었다.

    “여기 어때요?”

    “아름다운 도시네요. 연인들이 데이트하고 싶은 곳입니다.”

    하얼빈은 아름답지만 북쪽에 있다. 여름에도 꽤 더운데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갈 때가 있다.

    “피자 먹을래요?”

    원심매가 고풍스러운 건물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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