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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89)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59

‘그들이 잘 할 거야’

  • 기사입력 : 2018-07-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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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는 예쁘다. 산사는 젊다. 예쁘고 젊은 여자를 곁에 두고 또 여자를 찾아다니는 것은 무슨 심사인가. 김진호는 열차의 차창으로 흘러가는 만주의 광활한 풍경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만주의 넓은 땅에는 콩과 옥수수 등이 심어져 있었다. 열차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평원을 달리고 있었다.

    ‘새벽에 열차를 탔는데 절반도 오지 못했네.’

    하얼빈은 중국 동북삼성 중 하나인 흑룡강성의 성도로 인구가 1000만에 이른다. 북경에 못지않은 대도시다. 그러나 100년 전 러시아에 할양되었다가 일본이 항복하면서 다시 중국 땅이 되었다.

    하얼빈으로 가는 철로의 양쪽은 만주 평원이다.

    만주는 요동 땅이다. 요동은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가 지배했고 거란과 말갈족이 지배했다. 말갈족은 어떤 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원주민들을 의미한다.

    김진호는 어렸을 때 말갈족이 여진족과 만주 쪽 민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삼국사기의 백제본기를 보자 한성백제가 공주 쪽으로 내려오면서 말갈족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김진호는 그때서야 자신이 잘못 알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는 장위, 등려화, 유이호, 강정에게 맡겼다.

    ‘그들이 잘 할 거야.’

    금요일에는 다시 서울로 건너가야 한다. 토요일에 기획사와 미팅을 해야 한다. 원심매가 부르는 것은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남녀의 사랑도 있다. 그러나 원심매도 의류사업을 하고 있다.

    ‘이 넓은 땅에 곡식을 빠짐없이 심다니.’

    만주의 넓은 땅에 콩, 옥수수, 수수 등이 빠짐없이 심어져 있었다. 만주는 이제 세계의 중요한 곡식 생산지가 될 것이다. 중간중간에 논도 있고 마을도 있다. 마을은 기이하게 붉은색 벽으로 된 집과 흰색 벽으로 된 집들이 있다. 붉은색 벽으로 된 집은 중국인들의 집이고 흰색 벽으로 된 집은 조선족들의 집이다.

    ‘중국은 정말 넓다. 만주지역만 해도 우리나라의 몇십 배가 되지 않는가?’

    김진호는 중국이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는 했다.

    중국에는 많은 소수민족이 있다. 소수민족 중에는 인구 1억이 넘는 민족도 있다.

    중국의 패권을 경계하는 사람들은 소수민족이 분열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은 소수민족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소수민족이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얼빈 역에 내린 것은 오후 5시가 되었을 때였다. 하얼빈 역은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다.

    1909년 10월 26일 첫 새벽.

    러시아 헌병과 일본 영사경찰이 빽빽하게 에워싼 가운데 열차에서 내린 이토 히로부미에게 권총을 발사하여 전 세계를 진동시킨 인물. 재판을 받으면서도 이토 히로부미의 죄상 15개를 낱낱이 밝혔던 영웅.

    일본은 그가 조선인들의 영웅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체를 매장한 곳도 밝히지 않았다. 해방 이후 수차례에 걸쳐 안중근 의사의 시신이 묻힌 곳을 찾으려고 했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하얼빈에 올 때마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숙연해졌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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