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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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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 보복… 한국지엠 사태… 금융권 대출규제

도내 2000개 자동차부품업체 ‘경영 위기’
완성차 판매 대폭 줄면서 ‘실적 악화’
1차 협력사 123곳 중 절반가량 적자

  • 기사입력 : 2018-07-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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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부터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개선될 것 같지 않아 앞으로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도내 2000여 개(2016년 기준, 1인 이상 업체)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심각한 경영상황에 처해 있다며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사드 보복과 올들어 한국지엠 사태로 국내 완성차의 수출과 내수판매가 크게 줄면서 도내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생산량 감소로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달 말로 예정된 미국의 수입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 851곳(경남 123개) 중 절반가량이 올 1분기(1~3월)에 이미 적자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의 경우도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된 자동차부품업체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상황이 비슷하다. 경남에서 최대부품업체인 현대위아(창원)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431억원 흑자에서 올 1분기 298억원 적자로, 지엠비코리아(창원)도 지난해 1분기 67억원 흑자에서 올해는 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유니크(김해)는 지난해 15억원에서 올해 4억원으로, 우수AMS(창원) 역시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1차 협력업체들이 이처럼 실적이 좋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이익률이 더욱 열악한 2·3차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적자로 전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창원의 중소부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1차 협력업체에 납품물량이 절반 정도 줄었다. 만약 수출로 활로를 찾지 못했다면 현재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1차 협력업체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납품물량이 크게 줄면서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해 비용절감에 들어가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태다”고 전했다.

    자동차업계가 어려워지자 금융권에선 오히려 대출규제를 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김해의 중소부품업체 관계자는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자동차업계 중소기업에 대해서 신규대출을 기피하거나 기존 대출금의 한도 축소, 조기상환 요구 등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어 언제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도내 부품사들이 경영난에 빠진 주된 원인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 실적 악화에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산차의 내수 판매량은 76만711대로 작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내수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한국지엠(GM) 사태까지 터지면서 국내 차량의 판매는 크게 위축된 반면 수입차의 판매는 계속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수입차 판매량은 올 상반기 14만1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만1957대 늘었다.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 역시 122만2528대로 1년 전보다 7.5%나 줄어 2009년(93만9726대) 이후 9년 이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드 보복을 받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이 계속 부진한 데다 원화 강세로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겹치자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상용차 포함)은 200만4744대로 작년 상반기(216만2548대)보다 7.3% 감소하면서 지난 2010년 상반기(209만9557대)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미국이 수입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해 국가안보에 미치는 조사 결과에 따라 이달 말께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최고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도내 부품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104만2775대다. 연간 수출량 253만194대의 41%가량에 해당된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40만1776대로 가장 많고, 이어 기아차 35만4949대, 한국지엠 (GM) 16만492대, 르노삼성 12만5558대 순이다.

    한국산 자동차 1대당 수출평균가격이 1만7300달러인데 관세 25%를 부과하면 차량 1대당 평균 가격이 4300달러(470만원) 올라가면서 미국 내 시장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국내 자동차 생산량 감산 및 적자 생산, 부품업체 적자 등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부품업체의 경우 완성차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부품공급도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 현지공장으로 수출되는 반조립 부품과 현지 AS부품 등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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