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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목민관, 백성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남재우(창원대 사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07-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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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민심서’가 세상에 나온 지 200년이 되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명저이며, 공무원의 필독서라 말하기도 한다. 전남 강진에서의 18년간 유배생활 중 집필했고, 그의 나이 57세이던 1818년에 완성되었다. 그래서 올해가 200주년이다.

    목민심서는 조선 후기 백성들의 삶을 지방관의 본분과 결부시켜, 목민관이 어떻게 적폐를 청산하고 어떻게 행정을 펼쳐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적었다. 그리고 목민관은 ‘백성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못 박았다.

    6·13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수천 명의 당선자들은 시·군의원과 시장·군수, 시·도의원과 시장·도지사가 되었다. 이들 모두는 7월부터 목민관이고 공직자이고 공무원이다. 그들은 시민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특권을 내려놓고, 도민들과 소통하며 의전을 최소화’한다며 백팩을 메고 출근했다. 친근하고 일하는 도지사의 모습을 보이려 한 것이다. 경남도 교육감은 ‘도민에겐 탈권위를, 직원에겐 새로운 리더십’을 약속했다.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출근했고, 집무실 책상에는 화려한 명패 대신, 지인이 선물한 ‘교육감 박종훈’이라 새긴 투박한 나무 명패를 놓았다. 허성무 창원시장 또한 소탈한 서민행보로 시정을 시작했다. 첫날 청사용역 노동자 휴게소를 방문해 그들의 건의를 청취했고, 시청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줄서서 배식을 받기도 했다.

    새로워 보인다. 시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그들이 공직자로서의 본질적 의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길 바란다. 시민들의 요구는 목민심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시대는 변했지만 공직자들이 목민심서에서 배워야 할 것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민심서는 고전이다.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 있는 글을 지닌 저작이나 창작물을 일컫는다.

    고전을 읽는 것은 그 가치가 인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으며, 현재 속에서 엄연한 사실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공무를 시작하는 목민관에게 목민심서는 이렇게 당부한다. 관내의 유지들을 모아놓고 그들이 당하는 고통과 아픔을 숨김없이 말하라고 권하고, 그들이 말한 내용이 민생을 괴롭힌 적폐라면 과감하게 청산하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또한 목민관의 상관이자 감독관인 암행어사나 관찰사가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르면 지체 없이 상부에 보고하여 잘못을 바로잡는 내부고발자 역할을 하라고 주장한다.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마련하라는 당부도 하고 있다. 목민심서 12편 중 2편 ‘율기(律己)’와 4편 ‘애민(愛民)’은 공직자들이 꼭 읽어야 할 내용이다. 전자는 인격을 수양하여 청렴한 선비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서 청렴을 강조한다. 후자는 여섯 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힘없고 약한 노인들에 대한 보살핌, 유아들에 대한 부양과 교육, 홀아비·과부·고아·자식 없는 노인에 대한 보호와 상을 당한 집안, 장애인과 중환자, 천재지변이나 인재를 당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구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정책이며, 오늘날의 사회복지와 다르지 않다.

    목민심서는 시민들에게도 당부한다. 상관의 명령이 공법에 위반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경우라면 그런 명령에는 절대로 따르지 말라 했다. 통치자나 목민관이 백성들을 괴롭히는 경우에도 백성들이 관의 잘못에 항의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정치가 행해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잘못된 관에 항의해야 한다고 했다. 청렴한 국민들이 공직자들로 하여금 공공이익을 위하고 청렴하도록 항의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6·13지방선거 결과는 2016년 겨울,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광장으로 모여들었던 촛불들이 만들어준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촛불의 요구는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하고 평등한 민주사회,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새롭게 공직자가 된 단체장, 의원들의 집무실에서 ‘목민심서’ 읽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남재우 (창원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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