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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 자성허신(字聖許愼) - 글자의 성인, 허신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8-07-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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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100년경에 후한(後漢)의 학자 허신(許愼)이 ‘설문해자(說文解字)’라는 책을 지었다. 1만여 자에 달하는 한자를 모아 기본적인 뜻과 글자가 이루어지게 된 내력을 밝힌 책이다.

    허신은 한자의 부수(部首)를 최초로 발명하였다. 그가 만든 부수는 514개였다. 뜻에 따라 부수를 설정하고, 각 부수를 필획에 따라 배열하여, 모르는 한자도 이 부수에 따라 찾아서 그 뜻과 음을 알 수 있게 하였다. 허신의 ‘설문해’는 중국은 물론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사전이다.

    부수는 역대로 계속 변해 오다가, 청(淸)나라 때 편찬된 ‘강희자전(康熙字典)’에서는 214개로 정리되었다. 우리나라의 각종 자전이나 한한사전(漢韓辭典) 등에서는 대체로 ‘강희자전’의 부수를 따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기본적으로는 강희자전의 부수를 따르지만, 근년에 와서는 사전에 따라 부수를 더 줄이기도 한다.

    필자는 지난 7월 6일부터 11일까지 허신의 고향에서 개최된 제2회 ‘한자 및 한자교육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하여, ‘한국 역대 한문교육의 현상과 특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허신의 고향은 하남성(河南省) 라하시( 河市 : 자의 본래 발음은 ‘탑’이나, 라하시의 자는 螺라는 글자를 바꾼 것이므로 발음을 ‘라’로 해야 한다)이다. 한(漢)나라 때는 소릉(召陵)이라고 했다.

    라하시는 중국 식품공업의 대표적인 도시지만, 문자학의 시조 허신이 자기 고을 출신이라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자성(字聖 글자의 성인)이라고 추앙하고 있었다. 학술대회를 라하시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일체의 경비를 지원하고 준비하였다. 미국, 영국, 프랑스 아랍 등 10여 개 국가에서 참석한 학자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학회 공식일정이 끝난 10일 오후, 필자가 50년대 공산주의 공동생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남가촌(南街村)이라는 곳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더니, 차량과 안내하는 직원은 물론, 경호를 위해서 경찰까지 한 명 붙여 줄 정도였다. 허신의 묘소 주변을 확대하여 3만 평 규모의 허신문화원(許愼文化院)을 만들어 허신 관계 자료를 수집하고 전시하고 있었다. 강당과 세미나실 등을 만들어 언제든지 학술행사를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허신을 연구하기 위해서 온 학자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한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 허신이 자기 고을 출신임을 알리는 표어를 내걸어 놓았다. 시내에 있는 소학(小學 : 초등학교)에 가 보았더니, 거기에도 허신과 ‘설문해자’에 관계된 자료를 전시하고 있었다.

    최근 중국이 경제가 발전하니까, 학문의 나라답게 학자를 우대하고 학문을 숭상하는 현상을 지방도시에서도 볼 수 있었다.

    *字 : 글자 자. *聖 : 성인 성.

    *許 : 허락할 허. *愼 : 삼갈 신.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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