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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여론조사 보도의 유혹- 이학수(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8-07-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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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를 어떤 이는 ‘과학’이라고 높이 평가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없는 것을 창조해 내는 ‘예술’에 가깝다고 평가절하한다.

    전자는 유권자가 여론동향을 알지 못하면 민심이 왜곡될 위험이 높다며, 알권리 차원에서 여론조사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후자는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며, 여론조작 도구로 악용될 우려를 지적한다. 들쭉날쭉한 여론조사를 롤러코스터에 빗대 ‘폴러코스터(pollercoaster)’라 한다. 이런 오명에도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여전히 여론조사 보도가 쏟아졌다.

    경남신문은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해야 한다는 의견과 하지 말자는 의견이 팽팽했다. 사실 여론조사 뉴스는 가독성이 높다. 미디어감시단체 등에서 공약 점검을 줄기차게 요구하지만 그런 기사는 크게 읽히지 않는다. 막상 공약을 들여다보면 구체성이 떨어지고 후보 간 차이도 없기 때문이다. 드는 품에 비해 인기가 없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떨어진다’. 이에 비해 여론조사 보도는 간명하다. 대표성을 확보한 여론조사라면 유권자에게 유용하다는 명분도 있다. 당연히 언론사는 돈을 들여서라도 여론조사 보도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그러나 여론조사 맹신은 위험하다. 여론조사 ‘굴욕’ 사례는 많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확률이 84%라고 했지만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였다. 같은 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찬반투표에서 여론조사 기관은 잔류가 탈퇴보다 4%p가량 높다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여론조사 불신여론이 높자 프랑스 최대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면서 대선 여론조사를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MBC경남은 모두 8차례에 걸쳐 리얼미터에 의뢰해 후보자 지지율를 보도했다. 지지율 변화를 살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5월 3일 보도한 MBC경남과 MBC본사의 여론조사 보도가 도마에 올랐다. 도지사 후보 지지도에서 김경수 후보가 MBC경남은 58.3%가 나온 반면, MBC본사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결과는 38.7%였다. 거의 20%포인트나 차이를 보였다. 제대로 된 여론조사가 맞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조사기관에 따라, 설문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를 안다면 6월 11일 경남매일의 ‘태호가 경수 잡았다’ 보도는 안 나와야 했다. 6월 4~5일 주간동아가 (주)서던포스트에 의뢰한 여론조사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문에 고령자가 많이 응답하고 유선조사 비율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김태호 후보에게 유리했다. 이를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고작 1.5%포인트 격차를 선정적 제목을 달아 자중지란에 휩싸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고발 22건, 수사의뢰 4건, 과태료 8건, 경고 54건, 준수촉구 30건 등 118건을 조치했다. 여론조사 결과 왜곡·조작, 질문지 작성 위반, 공표·보도시 준수사항 위반 등이 지적됐다. 대구경북의 한 언론사는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했다가 26건이나 ‘공표·보도 불가’ 처분을 받았다.

    선거보도에 임하는 언론사는 유권자에게 ‘옥석’을 가리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여론조사 보도에 매몰되면 자칫 ‘독배’를 마실 수 있다.

    이학수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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