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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곤충 생산기반, 기술 로드맵 수립해야- 김일석(경남과학기술대 곤충산학연협력단장)

  • 기사입력 : 2018-07-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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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곤충산학연협력단 소개와 함께 단장으로서의 각오와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편지를 곤충농가에 발송했다.

    이 글을 보고 대부분은 격려의 말씀을 주셨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창원에서 곤충을 사육하는 농장주는 앞으로 사육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짜고짜 푸념성의 하소연을 하셨다. 애써 키워봤자 도대체 판로가 없으니 키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싶어 흰점박이꽃무지(꽃벵이) 생산 농가 네 곳을 직접 다녀왔다. 그중 두 농가는 정작 있어야할 곤충은 없고 생산 시설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상태였다. 안타깝게도, 이미 문을 닫은 것이다.

    다음에 들른 농장은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몇 해 전에 최첨단 생산 시설을 완공한 곳이었다. 건물 외관도 아름답고 내부 공간도 넉넉해서 체험학습 등 소위 6차 산업화를 시도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곳도 사육장은 텅텅 비다시피 한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들른 농가는 그나마 알음알음 개척한 관계망 중심으로 나름대로 경영을 꾸려 간다고 말은 했지만, 곤충산업 앞날에 대한 희망보다는 시름 깊은 걱정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미래의 유망한 먹거리 대체 자원으로서의 높은 가치성과 신규 시장 창출이 가능한 바이오 신소재로서 주목받고 있는 자원이 바로 ‘곤충’이다.

    곤충이 갖는 ‘잠재 가능성’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줄 만큼 근사하며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과학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이 처한 상황은 핑크빛이 아닌 잿빛 투성이라는 느낌이다.

    사육곤충 농가에 따라 경영 수지 면에서 양극화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경남에서 사육수가 가장 많은 꽃벵이 사육농가의 상당수는 폐업위기에 몰려 있다. 이는 생산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생산현장에서 스스로 자생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이를 적용시켜 나가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영세한 규모의 곤충 농가를 보고 경쟁력을 갖추라고 직접 주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산업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우선 전업농 형태의 핵심 농가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연구된 생산비 절감 등의 기술들을 집중적으로 보급시켜 경영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바쁠수록 생각하라’ 했다. 그러 의미에서 무엇보다도 기술력에 바탕을 둔 생산기반 자립 조성 구축을 위해 ‘시급 해결 기술’과 ‘전략적 핵심 기술’을 각각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합적인 기술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그에 따른 정책 추진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김일석 (경남과학기술대 곤충산학연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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