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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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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품은 풍경 조각… 창원 문신미술관 원인종 작가 초대전

자연서 얻은 영감, 작품으로 풀어내
내달 22일까지 ‘산·수’ 주제로 전시

  • 기사입력 : 2018-06-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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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중에 떠있는 형체는 한마디로 묘사하기 어렵다. 앞뒷면이 뻥 뚫린 채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감된 커다란 철제 덩어리는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 같기도, 어느 바닷가나 산속에서 본 돌멩이 같기도 하다. 벽면에 넓게 펼쳐진 배경과 어우러진 작품은 알 수 없는 신비한 에너지를 뿜는다.

    원인종 작가의 ‘심상 풍경’은 작가가 양양 낙산사 화재 현장에 가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모든 것이 타버린 그곳에서 작가는 참혹함보다는 장엄함을 느꼈다고 했다. “숲이 다 타고 연기와 재만 남은 현장에 서니 생명은 어디로 갔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이 모르는 다른 세계로 가버린 게 아닐까. 작품에 뚫린 구멍으로 소멸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 순환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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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종 作 심상 풍경.



    7월 22일까지 창원시립문신미술관 제2전시관에서 지난해 문신미술상 수상자인 원인종 작가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타이틀은 ‘산·수’. 작가가 경험했던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강원도 영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는 그는 어느 날 산에 올랐다가 뒤편 작은 개울이 흐르는 모습을 발견한다. “꽉 채워진 줄만 알았던 숲 속에 빈 공간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순간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의 작품에서 흐르는 듯한 유선형 형태, 구멍 같은 ‘흐름’이 유난히 강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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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종 作 산·수.



    전시실 입구에 있는 ‘구름 아래 풍경’도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역시 구멍이 뚫린 둥그스름한 철제 덩어리가 떠있고 밑에는 서울·경기지역의 지도가 넓게 깔려 있다. 그 위에는 굽이치는 듯한 모습으로 유년시절 기억 속의 강을 스케치했다. 현재의 삶의 터전과 어린 시절의 공간이 겹쳐진 곳, 그 위에 무심히 떠있는 덩어리는 시간의 흐름과 유구한 자연, 이미 사라진 것 등 다양한 생각들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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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종 作 북한산.



    작품은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낱개의 철사들로 구성돼 있다. 철사를 이으면서 흘러내린 용접의 흔적, 한 획 한 획 그은 스케치에서 작품에 밴 촘촘한 시간의 결을 느낄 수 있다. 보통 반년 이상이 걸린 후에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느린 작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가 작품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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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종 作 구름 아래 풍경.

    “지금은 속도가 최고로 인정받는 시대잖아요. 그런 흐름에 반해서 천천히 작업을 하는 게 저에게는 중요한 의미인 것 같아요. 느린 호흡으로 천천히 자연과 조화와 균형을 찾아나가는 것, 그게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문의 ☏ 225-7187.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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