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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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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오해받는 간질, 약물로 치료 가능해요

뇌전증 증상과 치료
뇌졸중 등 뇌 병변 있거나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

  • 기사입력 : 2018-06-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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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뇌 속에 수많은 뇌신경세포 중 일부가 짧은 시간 동안 과도한 전류를 발생시켜 우리 몸의 근육들이 수의적인 조절이 안 되고 불수의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발작이라고 하고 이러한 발작이 2회 이상 반복해 생기는 것을 뇌전증이라 한다.

    뇌전증은 아주 흔한 병으로 소아 100명 중 3명 정도가 뇌전증을 앓고 성인이 된다고 하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100명 중 5명이 뇌전증을 앓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뇌전증이 완치된 사람 말고 현재 병이 있는 사람만 약 30만명으로 추정되며 매년 약 3만명 정도의 새로운 뇌전증 환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는 젊은 사람보다 뇌전증이 많아서 매년 1만명당 15명이 새로 발생한다.

    뇌전증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알려져 온 질환으로 예전에는 간질이라는 병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으나 간질이라는 병에 대한 잘못된 통념으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억울하게 불이익을 받거나 격리되어야 했기에 2010년 5월 의료계에서는 뇌전증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2014년부터는 보건당국에서도 정식명칭으로 뇌전증을 사용하고 있다.

    뇌전증의 증상으로는 의식을 잃어버리고 눈이 돌아가고 사지가 뻣뻣해지는 증상이 가장 잘 알려진 것이지만, 임상적으로는 대화 도중 멍하게 반응이 느려지거나 입맛을 다시면서 한 팔만 움직이는 등의 증상이 더 흔하고 간혹은 의식을 잃기 전에 이상한 느낌이나 구역감, 소름이 돋는 등의 전조증상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뇌전증 증상을 일으키는 이유는 뇌세포의 전기 생리학적인 변화 때문으로 원인은 다양하다.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하나는 뇌에 국소적인 병변이 있는 경우, 즉 뇌종양, 뇌졸중, 혈관기형, 뇌외상 및 저산소증 등이 있고 다른 하나는 뚜렷이 밝혀진 원인은 없으나 유전적인 인자가 관여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특발성 뇌전증이다.

    뇌전증을 진단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력 청취이다. 병력 청취는 환자가 뇌전증 발작을 할 때 언제, 어떻게, 어떠한 양상으로 했는지에 대한 것으로 목격자의 진술이 중요하고 환자 자신이 그 시기를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가 등이다. 다음은 신경학적인 진찰로 피부검사나 머리검사, 안구운동장애나 목에서 수막자극징후 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발작 직후에 신경학적인 진찰이 바로 가능하다면 일시적인 언어장애나 편마비 등 진단에 도움이 되는 발작 후 증상을 찾을 수 있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이 외에 실험실 검사를 통해 도움이 되는 객관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혈액검사나 뇌파검사, 뇌영상 검사(CT, MRI)등 발작 이후 변화된 신체의 이상이나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적인 이상을 찾아내 진단을 할 수 있다. 뇌파나 뇌영상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을 때, 발작 당시의 증상과 발작 전후에 대한 자세한 병력 청취에 의존해 진단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환자뿐 아니라 가족이나 목격자가 진찰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다. 뇌파의 경우 단발성으로, 경련파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반복적으로 검사하거나 입원해 지속적으로 뇌파검사를 시행하는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 있으며 진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뇌전증의 치료는 내과적인 약물치료와 외과적인 수술적 치료로 나눠 볼 수 있다.

    약물의 경우 1860년경의 브롬가스 치료로부터 시작해 최근에도 사용하는 페노바비탈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약제 개발이 이뤄졌고 현재도 개발 중이다. 여러 가지 약물의 사용에 있어서 약물의 선택은 뇌전증의 유형, 약물과 연관된 요소, 환자 측 요인 등이 고려돼야 한다. 뇌전증 발작이 처음 있었던 환자가 재발할 확률은 14~71% 로 다양하지만 재발 후 세 번째 발작으로 나타날 확률은 79~90%로 매우 높기 때문에 이러한 환자에 있어서는 약물투여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항뇌전증약을 투여하더라도 발작의 재발을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으므로 뇌전증이 확진되면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뇌전증 치료의 목적으로 약물이 처방되면 적어도 2~3년 이상, 일부 환자는 지속적으로 약물 복용을 해야 한다. 뇌전증 치료에 있어서 약물요법이 원칙이지만 임상에서는 3분의 1 환자가 단독요법으로는 조절이 되지 않아 작용기전이 다른 약제의 부가요법이 고려돼야 할 때도 있다. 약물치료를 시작한 뇌전증 환자 중에서 70% 정도는 5년 이상의 장기완화 상태에 이를 수 있는데 최소 2년 이상 발작이 없고 뇌병변이 없으며 뇌파가 정상인 경우 약물 중단을 고려해 볼 수 있고 재발률은 20~40%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완화율은 다시 말하면 30%의 환자는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약물복용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약물 난치성 환자군들에서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한다.

    19세기 말에 Horsley가 운동성 부분발작이 있는 환자의 뇌에서 운동영역을 절제해 뇌전증 발작을 없앤 것이 뇌전증 수술의 효시이다. 하지만 수술 후 뇌전증 발작은 없어졌었다 하더라도 운동영역을 절제한 후유증으로 마비 증상이 남았다. 여기서 출발해 Montreal Neurological Institute의 Penfield 등은 과학적인 뇌파 검사와 뇌자극을 통한 뇌의 기능에 따른 부위별 지도화를 완성하고, 해마체경화증에 의한 측두엽 뇌전증과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측두엽 절제술의 기법뿐 아니라 측두엽 외 뇌전증 환자들에서의 수술기법의 기초를 마련했다. 최근에는 약물 난치성 환자들에 있어서 비디오 뇌파 검사와 기능적 MRI 검사, 기능신경영상 등 여러 가지 정밀 검사를 통해 수술 전 평가를 하고 뇌전증의 유발부위와 절제 했을 때의 신경학적인 합병증을 고려해 다양한 방법의 뇌전증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뇌전증은 난치성이지 불치병은 아니다. 물론 일부의 뇌전증에 있어서 잘 낫지 않고 유전되기도 하지만 양부모가 다 뇌전증 환자라도 그들의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10% 정도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병도 아니고 정확한 진단 후에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면 다른 만성 질환보다 더 잘 치료될 수 있는 병이다.

    주변에 아직까지 사회의 잘못된 편견으로 뇌전증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면 용기를 내서 병원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 어떨까.

    ☞ 주변에서 발작하는 환자를 만나게 된다면…

    119에 연락을 취한 뒤 숨을 쉬는지 확인하고 발작이 멈출 때까지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주변의 위험한 물건들을 치우고 안전을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를 누르거나 팔다리를 잡는 등의 행동은 하지 말고 목 주위 넥타이나 단추, 허리띠 등을 느슨하게 해주며 옆으로 눕혀 혀가 기도를 막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준희 기자·도움말 = 창원파티마병원 신경과 이미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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