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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13 지방선거, 福짓는 마음으로…- 양광석(경남도선관위 홍보과장)

  • 기사입력 : 2018-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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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햇살 좋은 절간 마당에서 넙죽 절하는 중년 사내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노(老) 방장스님을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년 넘게 선거관리하는 일만 해서 그런지 조금은 지루한 일상을 보낸다며 투덜대는 중년 공무원에게 한마디 툭 던진다.

    “선거라는 게 여러 사람이 힘들고 어려운 일은 맞지요. 하지만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일이니 복(福)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뭐가 힘들까요. 표를 얻고자 하는 사람, 표를 주는 사람, 심판을 보는 사람들 어느 한쪽이 복을 짓지 않고 화(禍)를 짓기 때문에 힘든 일이라 느끼고 따분해지는 게지요.”

    복을 짓지 못했던 지난 선거들은 누구의 부끄러움으로 돌려야 하는 것인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지만 노스님의 짧고 명료한 가르침에 ‘맞네, 다들 정직해야지. 올바르지 않은 생각들을 하니까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 수밖에’라는 말로 복잡하고 지루한 나의 고민을 단박에 정리해버렸다.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우리동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슬로건이다. 나, 이웃, 우리 아이들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으면서, 후보자와 동네주민 모두가 생활주변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좁은 범주의 지방정치를 실천하는 교육장이 이번 지방선거의 참 모습이라고 살짝 정리해 보면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임에 틀림없는 선거다.

    이제 후보자등록이 끝났으니 정당·후보자, 유권자, 선거를 관리하는 자로 대표되는 지방선거의 주인공들은 다 정해진 셈이고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선거가 복을 짓는 일이고 선거에 참여하는 모두가 복을 지어야 행복한 우리동네를 만들 수 있다는 노스님의 말씀이 아니었던가.

    후보자들은 선거법을 꼭 지키고 정정당당한 정책경쟁으로 우리동네의 희망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유권자들은 자신의 동네를 위해 진정한 마음으로 봉사할 사람이 누군지 꼼꼼히 따져본 후 투표참여로 우리동네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며, 선거관리자는 생활 속 민주주의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여 나의 마을 우리동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편 흉보며 웃음 가득 재잘대는 아낙들이 즐겨 찾는 길모퉁이 소박한 동네 빵집에서도, 욕쟁이 어르신들 모여 니편 내편 티격대는 시골장터 국밥집에서도 복 짓는 후보자, 복 짓는 유권자, 복 짓는 선관위 얘기만 흘러나오면 좋겠다. 이 사람이 당선되면 어떻고 저 사람이 당선되면 어떤가. 복을 지어 정직하게 당선되었으니 누가 된들 다들 행복한 세상일 텐데. 노스님의 복 짓는 얘기처럼 선거 현장이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모두가 귀 기울여 한 번쯤 실천해 볼 만한 일이다.

    양광석 (경남도선관위 홍보과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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