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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8-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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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이 현충일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대부분 게양하지 않지만 아파트 베란다에 간혹 보이는 현충일 태극기는 참 슬프다. 국민학교(초등학교를 그리 불렀다) 때 조례를 하면 국기에 대해 맹세를 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어린 마음에 왜 하는지는 몰랐지만 크게 복창하고 나면 뭔가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국기 하강식 때 애국가가 나오면 가던 길 멈추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안 하면 안 되던 시절. 그래도 크게 귀찮거나 힘들진 않았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초등학교 시절 설 추석 특히 크리스마스 때 국군장병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썼다. 그냥 의무였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예전에 현충일은 술집 종사자들에게 휴일이었다고 한다. 대형 술집들은 아예 영업을 쉬었단다. 현충일만은 술 마시고 흥청거려서는 안 된다며.

    지난달 24일 고성군의 초·중·고 대표학생단 32명이 독도를 다녀왔다. 고성군교육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수년째 고성학생들은 독도를 찾는다. 그들은 독도 수호의 최전방에서 수고하는 경북경찰청 경비대원들을 위문했다. 2박3일간의 우리 땅 독도 지킴이 체험학습 탐방단은 독도 수호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다양한 행사를 했다. 참가학생은 모든 현장학습 중 가장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고 말했다.

    현충일은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로 조기를 게양한다.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정부수립 후 2년도 채 못 되어 6·25전쟁을 맞았고, 40만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했으며 100만명에 달하는 일반 시민이 사망하거나 피해를 입었다. 1953년 휴전 후 정부는 1956년 4월 대통령령 제1145호로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건’을 개정해 매년 6월 6일을 현충기념일로 지정했고 1975년 12월 현충일로 공식 개칭했다.

    현충일이 한국에만 있을까. 아니다. 미국엔 메모리얼데이(Memorial Day)가 있다. 남북전쟁 후 북군 장군 로선이 1868년 5월 30일 전사한 병사들의 무덤에 꽃을 장식하도록 포고령을 내린 것에 유래해 ‘꽃으로 장식한다’는 의미에서 ‘데코레이션데이’라고도 부른다. 캐나다의 리멤버런스데이(Remembrance Day)도 있다. 11월 캐나다 사람들은 가슴에 양귀비꽃을 달고 다닌다. 11월 11일이 전쟁으로 희생된 영웅들을 추모하는 리멤버런스데이다. 호주에는 안작데이(Anzac Day)가 있다. 안작이란 단어는 호주와 뉴질랜드 연합군의 약자로, 1차 세계대전 중인 1915년 갈리폴리 전투에서 호주 뉴질랜드 연합군 8000명이 전사하고 1만8000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이들을 기리기 위해 4월 25일을 안작데이로 지정해 추모하고 있다.

    내일은 현충일이다. 전국이 선거로 시끌벅적하다. 공식 선거일이 얼마 안 남았으니 사생결단일 게다. 호떡집 불난 것처럼 호들갑일 수밖에 없다. 나라를 위해 선출직에 나선다는 분들, 나라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는 분들에게 부탁한다. 진정 나라를 위해 귀한 목숨 바친 호국영령(護國英靈)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선거 후 언행이 일치되기를. 그리고 그 영령들처럼 자신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선거 유세가 바쁘겠지만 내일만큼은 좀 차분하면 좋겠다. 노래 덜 틀거나 소리 낮추고, 춤도 덜 추고. 특히 상호 비방하는 네거티브는 이날 하루만이라도 쉬었으면 한다. 이번 현충일이 출마자들 때문에 눈 찌푸려지는 날이 아니길 기원한다.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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