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갑자기 엄마가 주말 농장을 신청하였다. 그때는 주말 농장을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되었다. 그래도 올해는 이제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또다시 주말 농장을 신청하였다. 나와 엄마는 이번에는 반드시 귀찮더라도 열심히 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 왜냐하면 4학년이 되자 너무 잠이 많아져서이다. 또 엄마랑 수업하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주말에밖에 못 오기 때문이다. 너무 귀찮았다. 하지만 식물이 마르기 때문에 갈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다.
오늘도 주말 농장에 갔다. 오늘은 엄마의 꼼수에 넘어가서 스스로 간 것이다. 엄마의 꼼수는 바로 내가 요즘 푹 빠져 있는 공기이다. 엄마가 주말 농장에 가면서 공기를 사주겠다고 한 것이다. 난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내 기쁨의 거울이 “와장창!”하고 깨졌다. 엄마가 깜빡하고 공기를 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미안해. 그래도 돌이 있잖아. 그냥 돌로 공기해. 엄마도 어릴 땐 그랬어.”라고 말했다.
나는 ‘밭이니까 돌이 많이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밭에는 주차장에서 뒹굴거리는 거친 돌 말고는 온통 흙과 거름뿐이다.
그래서 나는 돌을 주워 풀밭 위에서 공기를 했다. 그 순간 나는 자연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부릉거리는 자동차 소리 대신 물소리가, 시끌시끌 사람들 소리 대신에 살랑살랑 바람 소리가, 지독한 매연 냄새 대신 달콤하고 향긋한 꽃 냄새까지 모두 나 같았다.
나는 공기놀이를 그만하고 엄마를 도와서 상추를 땄다. 그때 엄마가 달팽이 한 마리 더 찾아내었다. 나는 두 달팽이 때문에 계속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와 엄마는 올해 토마토, 상추, 고구마, 옥수수, 땅콩, 참외, 오이, 수박 등등을 심었다. 우리 가족이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심었다.
올해도 풍년이면 좋겠다. 그러면 엄마랑 나, 다른 사람들한테도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