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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중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한 시대정신은?- 유수열(전국유통상인연합회 경남지회장)

  • 기사입력 : 2018-05-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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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 언론에서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을 엄청나게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중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사회적 쟁점은 갈등지수가 최상위점일 것으로 생각한다. 유통산업개방정책(1991년)이 시작된 이래 유통업계 발전에 기여한 긍정적 측면과 모순적 측면, 양면을 다 학습한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범사회적 차원의 재진단의 공론화와 빠른 구조적 개선을 요하는 시급한 과제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골목상권 영역 갈등의 핵심은 대기업의 폭력적 수준의 자본 확장과 그 힘에 부쳐 쓰러져 가는 중소자영업자가 공존하는 데 있다. 대기업유통이 우리나라의 유통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는 분명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유통구조는 가히 심각하게 기형적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성낙일 교수의 유통전문 발표자료에 의하면 동일권내 대형마트 진입경쟁 지수가 45.5%로 초과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매출 10억원당 고용계수는 대기업 유통은 2.1명, 골목상권 중소상인은 15.3명으로 나타나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런 구도에서 소비자 선택 주권과 중소상인 자영업자 일자리 유지 문제가 항상 갈등을 야기하며, 한쪽 진영은 강한 자본주의적 논리가, 다른 한쪽은 사회적 공유가치가 이념적 충돌의 밑바닥에 깔려있다.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이런 갈등을 자연스러운 생태계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함께 이롭게’라는 시대적 정신이 현재라면 사회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삶의 터전이 균형을 이룰 때 실현되는 가치다. 유통 갈등도 경제학의 한 학파인 생태경제학 논리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면 된다.

    쉽게 산을 예로 들어보면, 큰 산이 있으면 그 산속에는 큰 나무도 있고 그 사이를 메우고 있는 작은 나무들과 넝쿨, 풀, 잡초, 이끼 등이 있다. 이들이 최적의 배합으로 함께 살아 숨 쉬는 조화로운 상태가 생태계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만일 산이 큰비를 만났을 때 큰 나무만 존재한다면 산사태가 나고 생태계는 무너져 파괴될 것이다.

    ‘조화’라는 대자연의 명제는 유통 생태계에서도 예외일 순 없다. 대형마트, 편의점, 전문점, 골목상권자영업자 모두가 서로 조화롭고 쓰임 있게 공존하는 환경이 돼야만 유통은 최종 소비자인 시민들에게 이로움을 제공할 수 있다. 유통이 핏줄이라면 대동맥은 대기업의 몫이며, 실핏줄인 골목상권은 자영업자 영역으로 보호되고 지켜줘야 한다. 실핏줄이 망가지면 피부가 상하는 것처럼, 자영업자의 퇴출로 사회적 실업자는 더욱 늘어나고 사회적 갈등 비용은 더 치러야 할 판국이다.

    골목상권은 영세자영업자들의 삶의 현장이며 생명 그 자체다. 생명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에게 대기업 유통은 공룡을 넘어서 괴물로 보인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국민에 대한 윤리적 수준에서 기여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정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석좌 교수는 “중소상인을 보호해 가는 것이 지금의 시대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설파했다. 샌델 교수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형마트 월 2회 강제휴무와 관련된 국내 유통 갈등에 대한 소비자 주권 시각과 중소상인 보호 양립 쟁점에 대해, “중소상인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수열(전국유통상인연합회 경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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