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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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라이프] 유튜버 괴롭히는 노란 딱지

동영상 잘 찍어도 이유 없이 찍힌다

  • 기사입력 : 2018-05-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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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지난 1년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이용해본 총평이다.

    지난해 5월부터 동영상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영상물을 기획, 제작하고 각 사이트에 올린다. 자의든 타의든 ‘유튜브 크리에이터’란 소리다.

    이번 디지털라이프에서는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거나 겪을(?) ‘거슬리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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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딱지

    단순히 영상을 만들고 올리기만을 반복하던 중 우연히 클릭한 동영상 관리자 코너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노란색 달러 표시(이하 노란 딱지).

    영상 목록에서 노란 딱지는 적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의미는 ‘광고 제한 또는 배제’. 유튜브의 가이드라인 위반 콘텐츠에 붙이는 표시로, 이 표시가 붙으면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

    위반 조건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 및 민감한 사건 △마약, 위험 품목 또는 물질 △유해하거나 위험한 행위 △증오성 콘텐츠 △부적절한 언어 △가족 엔터테인먼트 캐릭터의 부적절한 사용 △도발, 비하 △성적 콘텐츠 △폭력 등이다. 이 밖에 △iTunes 구매 음악 △다른 사람이 만든 여러 콘텐츠를 모은 편집물 △사용자를 현혹하거나 부정확한 동영상 메타데이터(미리보기 이미지·제목·태그 등) 위반의 경우 수익 창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영상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지만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만한 콘텐츠라곤 없었다. 그래서 이의를 제기했다. 유튜브는 지난 7일 동안 조회수가 1000회 이상인 동영상에 한해 영상이 모든 브랜드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면 항소할 수 있도록 해놨다.

    황당한 건 지금부터다. 검토 요청을 하고 수일을 기다렸더니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결정이 났다. 가이드라인 위반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튜브의 동영상 분류 시스템의 실수다.

    실수는 한 번이었냐고? 지금도 종종 영상을 올리면 조회수가 1이 되기도 전에 노란 딱지가 붙고, 번복되는 상황이 반복되기 일쑤다.

    ◆앵그리 유튜버

    이런 상황은 비단 경남신문 계정에만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포털에서도 ‘노란 딱지’, ‘대부분의 광고주에게 적합하지 않음’ 등을 검색하면 같은 의문을 나타내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 4월 3일(현지시간) 오후 1시 무렵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튜브 본사에서 총격 난사로 3명이 다치고 괴한이 자살하는 등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는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나심 아그담(38·여)으로 알려졌다.

    그는 생전 “유튜브의 차별과 검열을 받고 있다. 새로 올린 영상은 물론 예전에 올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도 이제는 아예 안 열린다”는 불만을 자주 표출한 것으로 보아 유튜브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이고, 어떤 이유로도 사람들을 다치게 한 범죄를 합리화할 순 없지만 그의 불만은 공감할 만하다.

    크리에이터 ‘UPSET LAP’은 영상을 통해 이 총격사건을 언급하며 “그 누구도 우리가 어떻게 해야 영상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지, 무슨 기준으로 광고가 붙는지 또는 안 붙는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들어본 적 없다”면서 “내가 유튜브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영상 노출이 광고 수익과 비례한다는 점에서 유튜브 시스템의 실수는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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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방적인 유튜브

    영상 분류 시스템은 물론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의 운영 방식에도 의문을 나타내곤 한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덕집’은 “구독자 수, 시청 시간에 있어 유튜브가 정한 기준(시청 시간 4000시간 이상·구독자 수 1000명 이상)을 넘으면 수익창출 계정으로 검토 요청을 할 수 있다. 3개월 전에 그 기준을 넘어 검토 신청을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더니 얼마 전 3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일방적인 안내 글을 발견했다”면서 “고객센터도 없고 그냥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 유튜브에는 고객센터가 없다. 아니 ‘고객센터’라는 코너는 있지만 이곳은 단순히 개선점에 대한 의견을 쓸 수 있는 곳일 뿐이다. 우리가 이용해본 보통의 기업 고객센터처럼 유선상의 문의나 피드백은 불가능하다.

    경남신문의 경우도 노란 딱지를 처음 발견했을 때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객센터에 의견을 썼지만,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어떤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

    ◆막아야 할 것은 안 막고

    이 같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분노에는 시스템 정확도가 엉터리라는 것을 전제한다. 유튜브가 연령 제한을 걸었거나 혹은 삭제한 영상이 ‘그럴 만한’ 영상이며, 반대로 남아 있는 영상이 누가 뭐래도 ‘정상적인’ 영상이라면 그들의 분노는 그저 생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 본사 총격사건 용의자인 나심 아그담은 자신이 운동하는 영상이 연령제한이 걸렸다는 것에 인정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 유튜브에는 니키 미나즈의 아나콘다와 같이 누가 봐도 선정적인 영상은 물론, 비속어를 사용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영상도 연령 제한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유명 애니메이션인 ‘꼬마 펭귄 핑구’를 검색해 나온 영상에서 욕설과 음담패설이 나오는가 하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캐릭터 엘사가 마약, 성관계를 하는 등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주제를 담은 영상도 다수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이 문제를 빗대 해외에서는 ‘엘사게이트(Elsagate)’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지난해 초에는 한국기업의 광고가 혐한(嫌韓) 내용을 담은 영상에 붙어 해당 기업이 유튜브와의 광고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유튜브는 엘사게이트 등 논란이 일 때마다 알고리즘이 완벽하지 않은 데 따른 문제라며 구글의 머신러닝(기계자동학습)을 고도화하겠다는 대응을 반복한다.

    유튜브의 영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임은 물론이요, 요즘 10대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포털 대신 유튜브를 켠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언제까지고 유튜브의 이런 일방적인 행보가 사람들에게 용인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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