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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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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37)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⑦

‘하늘이 주원장을 돕는구나’

  • 기사입력 : 2018-05-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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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왜 군량을 지원했습니까?”

    “원제국은 유목민에 지나지 않습니다. 탐욕스러운 이리 떼에 지나지 않습니다.”

    원나라 관리들은 한인들을 수탈하기에 바빴다. 한인들을 관리로 등용하지도 않았다.

    주원장이 남경을 점령하자 원 제국에 충성을 바치고 있던 강무재(康茂才)가 10만 군사를 이끌고 투항해 왔다. 주원장으로서는 백만대군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강무재 역시 한족이었다.

    ‘하늘이 주원장을 돕는구나.’

    강무재가 투항했다는 소식을 듣고 심만삼은 탄식했다.

    주원장은 남경을 점령하자 군사들과 백성들에게 다시 포고문을 발표했다.

    “원나라는 한족을 수탈하고 우리 한의 백성들은 기아와 질병으로 유리걸식하고 있다. 사방에서 도적이 일어나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지금 내가 군사를 이끌고 남경에 온 것은 전란을 평정하고 백성들을 안태시키기 위해서다. 산림에 숨어 있는 현인은 높이 등용하고 원의 폐정은 혁신할 것이다. 나의 관리와 군사들은 절대로 백성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강남의 유력자들은 우리 군대에 협조하라. 전란이 평정되었을 때 크게 상을 내리리라.”

    심만삼은 주원장의 포고문을 보고 더욱 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주원장의 포고문은 협조하지 않으면 엄벌에 처하겠다는 뜻이 숨어 있었다. 심만삼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리, 어찌 잠을 이루지 못하십니까?”

    부인 육씨가 물었다.

    “아무래도 주원장이 천하의 주인이 될 것 같소.”

    “우리는 주원장을 지원하지 않았습니까? 주원장이 잘 되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닙니까?

    “주원장은 도적질을 하던 자요.”

    심만삼은 우울하게 말했다.

    “마음을 편히 가지십시오. 하늘이 도적을 천하의 주인으로 만들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부인 육씨가 심만삼을 위로했다.

    “부인 말이 옳소. 하늘과 싸울 수는 없소.”

    심만삼은 마음을 접기로 했다.

    주원장의 포고는 강남 일대에 널리 퍼져 그동안 재야에 흩어져 있던 기라성 같은 현사들이 주원장의 진영으로 몰려왔다. 이때 주원장을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후일 4사(四師)라고 불리는 네 명의 유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유기(劉基), 송렴(宋廉), 장일(章溢), 섭침(葉琛)으로 주원장의 명(明)나라가 유교(儒敎)를 국교로 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원장은 비밀리에 사람을 보내 심만삼에게 또다시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진우량이 알게 되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총관 양운이 반대했다. 그러나 주원장의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혹시라도 주원장이 천하를 장악하면 몰살을 당할 수도 있다.

    “지금 지원을 하지 않으면 훗날 주원장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심만삼은 비밀리에 막대한 자금을 보냈다. 심만삼의 지원을 받은 주원장은 수천 척의 병선을 제조하여 진우량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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