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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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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성찰(省察) 없는 출마는 유권자 무시-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8-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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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날이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 생각하기에 이날은 더 슬프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는 날. 부모님 이야기를 할까 한다.

    어려서부터 힘든 게 있었다. 대학에서 젊은이들과 함께하셨던 아버지. 교육자였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리 살아생전 삼형제에게 공부하란 말을 한 기억이 없다. 방치? 아니다. 행동으로 공부의 중요성을 알려주셨다. 그래서인지 나도 내 자식에게 공부하란 말을 거의 안 한 것 같다. 어린 시절 형제들이 싫어한 게 몇 가지가 있다. 가족여행과 아버지와의 대화가 그것이다. 여행은 주로 경주 공주 진주 서울 등의 박물관과 역사현장이었다. 역사를 공부한 교수였으니 아버지는 거기가 홈그라운드다. 따라는 가지만 지겨움을 숨길 수 없었다. 박물관 관람은 보통 얼마나 걸릴까? 전시실 한 관 도는데 최소 한 시간은 걸렸다. 왜 이런 토기가 사용됐는지, 저 구멍 뚫린 돌칼은 왜 만들었는지. 하나하나 그때 그게 왜 필요했는지도 설명했다. 여행이 아니고 답사였다, 조금 깊어지면 공자에 맹자에 이이에 이황 선생님도 나왔다. 이순신 장군이 나오면 원균 장군도 나온다. 그리고는 원균을 너무 나쁘게 해석했다며 또 한 시간이다. 그렇게 20년. 서당 개도 3년이라 했는데. 우둔한 난 한참이 지나서야 아버지 교육의 의미를 알게 됐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 가슴속 응어리인지 늘 남명 선생님의 성성자(惺惺子) 방울을 기억시켰다. 공자의 지지위부지(知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에 대해서도 자주 말했다. 아는 것은 안 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라는 논어 위정 편에 나온 글인데, 살면서 이 말을 꼭 기억하라 했다. 한국 지도자들은 촌부도 아는 이 내용을 모르면서 부끄러움 없이 산다고 하시며….

    선거판이 시작됐다. 현장 취재를 하다 보면 실소가 나오는 일이 더러 있다. 기자의 선입견은 진실 규명을 어렵게 할 수 있어 금물이다. 그럼에도 기자 이전에 유권자로서 참 의문이다. 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아니 이해 안 되는 분들이 있다. 더러? 아니다. 많다. 저마다 뜻한 바 있겠지만, 아직 본선 등록이 남았으니 다시 생각해 보시라. 자신이 진정 나라를, 지역민을 위한 후보인지.

    두 가지만 버리고 두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버릴 두 가지. 출마의 이유가 나와 가족, 가문을 위한 것인지. 아무도 없다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직업 정치인. 이 문제는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난 이걸 버릴 것으로 분류하겠다. 확인할 두 가지. 왜·무엇을 위해 출마하느냐다. 꼭 내가 군의원 시의원 도의원 군수 시장이 돼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후보들과 대화해 보면 현실에 둔감한 분들이 있어서다. 예비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몇 부분은 짜깁기나 끼워 넣기다. 한두 개만 공약할 수 없으니 대충 더해서 가짓수를 늘린 것 같다. 그냥 모르면 모른다 하면 되는데 아는 체하니 문제다. 촛불이 세상을 밝히고 전직 대통령들이 교도소를 가는 세상인데 공약들은 그전과 달라진 게 없다. 다 돈 드는 일이고 무리한 유토피아다. 그런 공약을 이행하려면 이권이 생기고 돈이 오가니, 또 교도소는 필연이다.

    가치 있는 도전은 언제나 환영이다. 몇 번을 탈락했지만 독수리가 털을 뽑아 변해서 나타나는 혁신의 과정이 있었다면 말이다. 왜 떨어졌는지의 분석 없이 단지 상대가 약해서, 정치 이념이 달라서 졌다 생각해 출마하면 또 진다. 성찰(省察) 없는 출마는 유권자 무시다. 2년 전, 4년 전 공약에 몇 개 더하면 몇 표 더 받고 진다. 시군에서 도로, 도에서 시장군수로 도전해도 생각이, 정신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미 참신하지 않기에. 한 번만 더 자신이 한 일을 깊고 솔직히 되돌아보고 유권자에 판단을 요구하면 좋겠다.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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