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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세먼지와 소확행- 신진수(낙동강유역환경청장)

  • 기사입력 : 2018-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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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이 단어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랑겔한스섬의 오후’란 수필에 처음 등장했다. 그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을 때 처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소확행의 예로 들었다.

    청명한 하늘 아래 가족과 꽃길을 거닐며 봄의 향기를 만끽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소확행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이러한 행복을 어쩌다 한 번 생기는 행운으로 만들어 놓았다. 2016년 기준 경남 지역의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도는 미세먼지(PM10) 45㎍/㎥, 초미세먼지(PM2.5) 25㎍/㎥로, WHO 권고기준(10㎍/㎥) 대비 2배 이상 높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에는 주의보 발령 횟수가 증가해 시민들의 야외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일상의 행복을 빼앗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초미세먼지는 폐뿐만 아니라 혈관, 뇌까지 침투하여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국제암연구소 (IARC)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 예보는 일상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정보가 됐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지난해 9월 26일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에 따라 공정률이 낮은 석탄발전소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노후 발전소는 폐지하는 등 석탄발전은 줄이고 재생에너지는 확대한다. 사업장 대기 배출기준을 강화하고 대기총량제를 동남권 지역까지 적용한다. 노후경유차의 77%를 저공해화하고 사각지대였던 건설기계와 선박의 미세먼지도 적극 감축한다. 또 미세먼지를 정상급 의제로 격상하고 동북아 미세먼지 협약 체결을 추진한다.

    낙동강유역환경청도 미세먼지 저감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울산 여천동 벤젠 농도가 5년 연속(2012~2016년) 대기기준을 초과해 사회적 현안이 된 문제를 민·관 협업을 통해 해결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발판 삼아 ‘미세먼지 저감 자율개선협의회’를 구성해 사업장 미세먼지의 자발적 감축을 유도한다. IoT(사물인터넷)기반 미세먼지 측정망을 시범 운영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미세먼지 경보체계를 구축한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정부 정책만으로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소설가 전진우는 ‘유쾌한 인생’이라는 책에서 “인생에 소중한 것들은 다 공짜다”라며 “아침에 시린 공기도, 숲길을 걷는 것도 공짜”라고 했지만 이는 절반만 진실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길을 걷기 위해선 정부 노력과 국민 참여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차량부제 참여, 에너지 절약, 공회전 자제 등 생활 속 미세먼지 저감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국민과 정부가 협력해 소확행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진수 (낙동강유역환경청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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