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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는 현재의 함안에게 무엇인가?- 허충호(함안의령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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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군 이순자 공보관은 최근 함안박물관에서 당직근무하던 중 관광객들을 맞았다. 마침 문화해설사가 없는 시간이라 그는 함안 고분군에서 출토된 문화재를 중심으로 1시간 넘게 이들을 인도하며 가야사를 열변했다. 그는 후일 “사명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랑스러운 향토사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고 싶은 심정에서 그리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공보관이 그리도 열심히 알리려 했던 것은 고장의 역사와 자긍심인지 모른다. 그 역사는 ‘아라가야 고도 함안’의 얘기다. 수년 전 아라가야사를 배경으로 소설을 쓴 조정래 환경위생과장의 의도도 맥을 같이한다고 본다.

    함안을 주축으로 하는 아라가야는 당시 꽤 강성한 국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금관·대가야와 함께 6가야 맹주의 지위를 유지했고, 서기 532년 금관가야가 신라에 복속된 이후에는 일본과 교섭 중심지였다는 게 학계의 추정이다. 군청 뒤편에 산재한 말이산 고분군은 당시 영화를 증명한다. 그런 역사적 흔적들이 현대 함안군민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함안과 고대 아라가야를 생각한다. 이 둘은 현재 어떤 관계일까? ‘정체’ 등으로 풀이되는 소위 아이덴티티(Identity)의 문제다. 도시마다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함안의 그것은 무엇인가. 만약 그게 ‘아라가야의 고도’라고 한다면 현대 함안은 아라가야의 본산으로 대접받을 일들을 스스로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는 다시 아라와 함안을 이어주는 가교가 있느냐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물론 가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말이산고분군이나 함안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도 그중 하나다. 오늘 막을 올리는 아라문화제도 가야역사에서 축제콘텐츠를 찾고 있으니 둘 간 역사의 끈은 단단히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다. 고속도로를 통해 진입하는 관문에는 ‘희망의 땅 웅비하는 함안’ 표지가 외지인을 맞고 있다. 그나마 ‘아라가야 고도’가 부제로라도 달려 있으니 다행인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말이산고분군의 일부를 개방해 역사교육 콘텐츠로 만들려는 시도에 눈은 가지만 가시화되지 않아 체감도가 떨어진다. 가야고분이 함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함안 어디를 둘러봐도 이들 외에는 딱히 고대사가 와닿지 않는다. 말로만 아라가야 고도이지 상징적으로 내세울 게 없다. 그저 레토릭 (rhetoric)으로 들린다면 과한가.

    역사는 흘러간 것이지만 잊을 수 는 없다. 죽은 조상이 후손을 먹여 살린다는 이탈리아나 그리스는 못 돼도 아라와 현대 함안을 보다 가시적으로 이어줄 수 있는 디테일한 작업들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은 현대를 사는 함안인들의 몫이다.

    허충호(함안의령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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