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장애인 편견 줄여 함께 사는 법 가르친다
장애인 응대법 등 세상 사는 이치 담아
장애아 키우는 기자 출신 엄마 직접 써

  • 기사입력 : 2018-04-20 07:00:00
  •   
  • 메인이미지


    길에서, 마트에서 우리는 발달장애인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몸이 비켜간다. 성인 발달장애인에게는 두려움과 혐오의 시선을, 발달장애 아이와 부모에게는 측은한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 길을 나설 때마다 쏠리는 수많은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몫이다.

    건강한 사회에서 성숙한 시민으로 살고 싶은 우리는 이제 배우고 싶다. 길에서 우연히 발달장애인을 마주쳤을 때 담담한 시선을 나누는 법을.

    사회부를 거쳐 정치부 기자로 국회를 출입, 향후 20, 30년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꿈꿨던 저자는 쌍둥이를 임신, 장애 아이를 낳고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장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이전까지 자신이 알던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다른 속도로 자라는 아이를 키우며 숱한 좌절을 겪었다.

    장애 아이 육아는 상상 이상으로 고되었지만, 가장 힘든 건 아이를 향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 시선이 싫어서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아갸갸갸’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아이의 입을 막기 바빴다. 그렇게 고개 숙인 장애 아이 엄마로 살기를 10년. 문득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가 ‘동네 바보 형’이라 불리며 평생 이방인으로 살까 두려워졌다. 발달장애인이 친구이자 동료, 이웃집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장애인은 낯선 존재가 아니라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책은 길에서 장애인을 마주쳤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비장애인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16년부터 약 2년간 온라인 매체 에 연재한 ‘동네 바보 형’을 새로 정리한 것이다.

    발달장애인에게 차가운 시선은 칼이 되지만, 담담한 시선은 숨통이 된다. 저자는 발달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려면 치료실, 학교가 아닌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많은 경우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발달장애 아이들이 세상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한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기 힘든 부모는 자꾸 아이를 숨기게 된다는 거다. 시선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장애 아이 부모가 쓴 감동 수기도, 한계를 극복한 장애인의 인간 승리 드라마도 아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나를 지키며 살아온 한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거두고 함께 사는 법을 모색하는 책이다. 발달장애 아이가 가진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 힘든 것과 불행한 것은 다르다는 것, 장애는 병이 아닌 ‘특성’이라는 것, ‘아픈 아이’가 아니라 느리게 커가는 사람이라는 것, 발달장애 아이들이 보이는 낯선 행동과 소리는 타인과 소통하고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이 삶의 한 순간에 스치는 타인이 아닌, 친구이자 동료, 이웃으로서 함께 살아갈 세상을 기대해 본다. 양영석 기자

    메인이미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