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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수산물 유통비용과 지역 수협의 역할- 방태진(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 기사입력 : 2018-04-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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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중순 해양수산부는 국내 소비자 주요 소비 어종에 대한 유통비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주요 4개 어종인 오징어, 고등어, 갈치, 명태의 전체 소비자 평균가격에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51.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우리 연근해에서 완전 사라져 대부분 러시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명태의 경우 유통비용이 66.3%나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우선 수산물은 농산물과 다른 무역과 유통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령체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같은 1차 식품산업으로 알고 있는 농업과 수산업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산지도매시장이다. 농업의 산지는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농촌지역으로 도매시장이 발달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부분 농산물은 가락동시장 등 대도시 도매시장에 집하되어 거기에서부터 유통이 시작된다. 반면 수산물의 경우는 산지도매시장의 대부분이 도시지역에 발달되어 거기서부터 유통이 시작된다. 그럼에도 농산물과 수산물은 같은 법령(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어 수산물은 산지경매 후 노량진 등 수도권에서 다시 경매가 되고 있어 이중경매에 따른 유통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국제 무역거래를 관장하고 있는 WTO의 규정에도 수산물은 농산물과 다른 협정에 의하여 움직이고 있다. 농업은 고관세를 하되 수량제한금지인 반면에 수산물은 일반 공산품과 같이 저관세로 하되 다량수입 시 수량제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수산물의 경우 UR협상 때 수량제한조치를 하지 못하였고 결과적으로 농산물은 고관세로 인하여 수입이 제한이 되나 그에 비해 저관세인 수산물은 수입이 사실 개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소비특성과 생물유통의 위험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수산물을 즐겨 찾을 뿐 아니라 바다에서 생산되는 모든 종류의 해산물을 다 먹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수산물이 계절별로 수확되는 한계특성상 모든 종류의 수산물을 다 취급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생물이다 보니 유통이나 보관상 위험부담성이 대단히 높은 것이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수산물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농산물에 비해 부식으로 소비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나 위생문제에 민감하여 소비탄력성이 매우 크다. 다시 말하자면 고추나 마늘 같은 경우에는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수입이 제한된 상태에서 필수품인 김치를 담그기 위하여는 불가피하게 소비가 지속되지만, 수산물의 경우에는 대체재 성격으로서 가격이 폭등하거나 위생문제가 대두하게 되면 소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유통의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조차 수산물 취급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 결과 유통업자들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산물 유통으로 돈벌이가 되더라도 위험성 때문에 재투자가 되지 못해 유통의 악순환은 거듭되고 있다.

    따라서 수산물 유통의 안정성과 독자성을 통한 유통비용 저감을 위하여 최근 제정된 수산물유통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완전 차별화하여 농안법과 확실히 분리하는 2차 개정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유통업자 양성을 통한 유통비용 절감을 위하여 위험성 분산과 규모의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수산물 유통의 독자성이 강조된 산지 시장의 활성화와 산지 가공공장의 육성에 적합한 지역 단위의 수협 기능과 역할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방태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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