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7월 1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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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무술 전도사 된 퇴직 경찰 송상근씨

송상근 前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조폭 잡던 경찰, 킥복싱 꿈 잡다
태권도 9단·킥복싱 9단 등 ‘무술 45단’ 고수

  • 기사입력 : 2018-04-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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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직에 있을 때도 마음 한구석엔 늘 킥복싱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은퇴했으니 내 뜻을 마음껏 펼칠 겁니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을 끝으로 지난 2016년 12월 정년퇴직한 송상근(62)씨.

    27년간의 경찰 경력과 뛰어난 활약 등을 감안해 억대의 연봉을 제시하는 기업체도 있었지만, 송씨는 ‘무술 전도사’의 길을 선택했다. 송씨는 무보수 명예직인 ‘사단법인 세계프로킥복싱·무에타이총연맹’ 중앙회장을 맡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최근 울산시 남구 모 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흰색 도복을 입고 사각 링 위에 올라 발차기 시범을 보였다. 단전에서 우러나온 짧고 절제된 기합, 바람을 가르는 예리함, 묵직한 파괴력 등이 환갑을 넘긴 나이를 무색케 했다. 무술 45단 고수의 ‘명품 발차기’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몸이 생각만큼 잘 따라주지 않는 것 같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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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상근씨가 체육관에서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송상근씨 제공/


    태권도 9단, 합기도 9단, 킥복싱 9단, 무에타이 9단, 비공인 무술인 권격도 9단 등 무려 45단의 단수가 말해 주듯 송씨는 평생에 걸쳐 격투기를 수련하고 사랑해왔다.

    그는 킥복싱·무에타이 단체의 회장으로서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대회를 방문해 시상하고, 각 지역의 체육관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며 킥복싱과 무에타이 저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송씨는 오는 21일 함안 ‘아라축제’ 때 열릴 WKM킥복싱 한국챔피언타이틀매치와 국제전, 한국랭킹전 등 12경기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어 오는 7월 21일 울산종하체육관의 WKM세계헤비급타이틀매치 및 국제전 12경기, 9월 15일 창원 용지공원의 WKM한국미들급챔피언타이틀매치 및 국제전 10경기, 10월 20일 거제시장배 WKM대회와 국제전 등 20경기, 11월 김해와 서울에서 WKM한국챔피언타이들매치 및 국제전 등 20여 경기 등을 차질없이 개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송씨와 무술의 첫 만남은 중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에 태권도 좀 한다고 하면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그렇게 배우기 시작한 것이 결국 여기까지 온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태권도 체육 특기자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경상남도 대표로 전국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1985년 그는 킥복싱과 태권도를 가르치는 체육관을 차리고 대한프로킥복싱협회장직을 맡으며 한동안 대회 개최와 킥복싱 보급을 위해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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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5년 후인 1990년, 34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무도 특채로 경찰관이 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맡게 된다.

    송씨의 경찰 생활은 화려했다. 뛰어난 무술 실력을 발휘해 1990년에 울산지역의 폭력 조직원 18명을 검거하는 등 조폭 일망타진에 큰 힘을 보탰다.

    당시 울산은 ‘신역전파’와 ‘목공파’ 양대 폭력조직 세력다툼으로 거의 매일 패싸움이 벌어질 정도로 혼란했다. 번화가인 중구 성남동 백화점 사거리에서 흉기를 든 조폭 패싸움으로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대대적인 조폭 일망타진에 나섰고, 당시 앞장선 경찰이 송씨였다.

    무술 45단의 고수인 그는 도주하는 조폭을 끝까지 추격해 붙잡고, 흉기를 들고 저항하는 조폭도 가볍게 제압했다. 이때부터 그는 울산에서 ‘조폭 잡는 경찰’로 이름을 떨쳤다. 1999년 폭력조직 신목공파 58명 전원 검거, 2015년 재건 역전파 62명 일망타진 등 그가 경찰 생활 중 잡아들인 조폭만 200명이 넘는다.

    그렇다고 몸만 쓰는 경찰은 아니었다. 경제사범 같은 지능범죄 수사에도 일가견을 보였다. 지능범죄수사대장을 맡을 때는 대기업 간부 납품 비리와 공무원 뇌물수수 사건 등을 파헤쳐 성과를 냈다.

    송씨는 강력범죄 소탕과 지능범죄 수사 공로로 세 차례 특별 승진했다. 또 대한민국체육훈장과 대통령·장관·경찰청장 등 총 37차례의 표창을 받았다.

    그러나 범죄와 싸우는 바쁜 경찰 생활에서도 그의 가슴속에는 늘 킥복싱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형사로 재직하고 있을 때도 대한프로킥복싱협회장직을 맡으며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던 그는 어느덧 국내 킥복싱계의 최고 권위자가 돼 있었다.

    야간 근무 등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틈틈이 체육관에서 제자를 가르치며 후배 양성에 힘썼다. 비행 청소년들에게 킥복싱을 가르치며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장학금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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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당시 경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가 더 중요하긴 했지만 늘 킥복싱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경찰 신분이었을 때는 아무래도 ‘킥복싱 외도’를 한다는 것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몸과 마음이 자유롭다”는 그는 “내 뜻을 마음껏 펼치겠다”고 말했다.

    “태권도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격렬하고 박진감이 넘치는 킥복싱을 더 좋아하게 됐다”는 송씨는 요즘도 매일 체육관에 나가 몸과 마음을 수련한다. 격렬한 운동으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한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수해 주고,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한다.

    송씨에게는 킥복싱·무에타이 단체의 회장으로서 더 큰 목표가 있다. 그는 “킥복싱과 무에타이가 지금보다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알리고 보급하는 데 여생을 바치고 싶다”며 “회장으로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크지만,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운동을 하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워서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줘 그들이 꿈을 가질 수 있게 하고, 경찰 경험을 살려 비행 청소년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송씨는 대회를 개최할 때마다 수익금으로 10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총 500여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특히 송씨는 무술인들의 취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청년들을 추천해 달라는 중소기업들이 의외로 많다”며 “심신수련이 뛰어난 무술인을 추천하고, 취업시킬 때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씨는 “누구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전문 분야와 노하우가 있으니, 그 능력을 썩히지 말고 제2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남은 인생을 절대 무의미하게 보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광하 기자 jik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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