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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06) 제22화 거상의 나라 66

“산사가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 기사입력 : 2018-03-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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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에는 비둘기들이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 있었다.

    ‘봄이 멀지 않았는데….’

    마로니에 공원은 나무들이 앙상했다. 김진호의 눈은 대학로를 오가는 10대들의 옷에 쏠렸다. 옷을 잘 입은 학생들의 모습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찍고는 했다. 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산사 안녕.”

    “신랑 안녕.”

    산사가 쾌활하게 웃었다. 산사의 목소리를 듣자 반가웠다. 다음에는 산사의 집으로 가든지 한국으로 오든지 명절을 같이 지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신랑, 춘절 잘 지냈어요?”

    “잘 지냈어. 산사는 어때?”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여기서 닷새 동안 놀다가 갈 거예요. 그래도 괜찮죠?”

    “산사가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정말?”

    “응.”

    “나도 보고 싶어요. 차가 밀리기 때문에 빨리 갈 수 없어요.”

    춘절이기 때문에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로 중국은 도로가 미어터질 것이다.

    산사는 고향 이야기를 길게 했다. 자기네 고향에서는 명절 때 산가(山歌)경연대회가 열리는데 가족들이 자기도 참여하라고 하여 출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가는 중국 남부지방에서 널리 불리던 민요의 일종으로 많은 소수민족들이 지금도 축제를 벌이면서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민족마다 화려한 원색 의상을 입고 가벼운 율동과 험께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외국인인 김진호에게는 환상적이었다.

    “신랑 사진 보낼게요.”

    산사가 사진을 톡으로 보내왔다. 산사는 장시족 출신이다. 화려한 전통 의상이 지극히 아름다웠다.

    “산사, 아주 예뻐.”

    “정말?”

    “그럼. 산사는 무슨 노래를 부를 거야?”

    “아리산의 꾸냥.”

    “동영상을 찍어서 나에게도 보내줘. 대회는 언제야.”

    “내일이요.”

    “꼭 1등하기를 바랄게.”

    “네. 1등해서 상금 받으면 신랑 좋아하는 요리 사줄게요.”

    “기대할 거야.”

    산사와 통화를 마치자 그녀의 고향으로 가서 춘절을 보낼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대학로에서 동대문을 지나 관우의 사당인 동묘에 이르렀다. 관우의 사당은 서울 여러 곳에 있었으나 동묘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명절 다음 날인데도 동묘 담장 옆으로 싸구려 헌옷을 파는 노점들이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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