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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04) 제22화 거상의 나라 64

“아우는 결혼 안 해?”

  • 기사입력 : 2018-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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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는 사촌형에게 제사를 지낸 술을 따랐다. 사촌형도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김진호가 사온 청주다.

    “아우는 결혼 안 해?”

    명절 때마다 묻는 말이다. 김진호는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서류상으로는 했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고요.”

    “지난번에 얘기한 중국 아가씨?”

    “예.”

    “결혼식은?”

    “봄에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 혼인신고까지 했으면 빨리하는 게 좋지.”

    사촌형이 천천히 술을 마셨다.

    “이제는 차례를 지내는 풍속도 없어질 거야. 차례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지내는데, 딸만 낳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지낼 사람이 없어지는 거지.”

    떡국을 먹으면서 사촌형이 말했다.

    “그렇죠. 남자가 있어도 저처럼 떠돌이 생활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차례를 지내는 풍속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려요. 젊은 사람들 쪽에서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고요.”

    사촌형수의 말이다. 머지않아 차례를 지내는 풍속도 사라질 것이다. 지금도 명절 때가 되면 외국으로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다.

    “신문사는 그만두었다면서 뭘해?”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사업을 하는데?”

    “의류사업입니다.”

    “중국에서 한국인이 사업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던데 괜찮아?”

    “그래서 중국 여자와 결혼한 겁니다. 꼭 사업 때문은 아니지만.”

    “중국에서 살 거야?”

    “중국은 큰 나라입니다. 살 만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서만 살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튼 중국에 가면 안내해 줄 사람이 있어서 좋네.”

    “형님하고 형수님 오시면 제가 가장 아름다운 곳을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사업하면 자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나?”

    “이종사촌 누나한테 투자를 받았습니다. 누나가 자금이 좀 있습니다.”

    “사촌누나라도 사업자금 대주는 게 쉽지 않은데.”

    사촌형은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형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애들 가르치는 게 쉽지 않지요?”

    “요즘은 중학생이 가장 무섭다고 그러잖아? 중2가 무서워 북한이 남침을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어.”

    아침 식사는 즐거웠다. 사촌형네는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사촌형네 집에서 나온 것은 아침 10시가 되었을 때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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