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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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봄 도다리 낚시

펄떡펄떡 제철 맞은 봄 도다리… 손맛·입맛 함께 낚는 樂時
삼세기·노래미 등 다양한 어종 낚여… 선상서 즐기는 도다리 미역국·활어회 별미

  • 기사입력 : 2018-03-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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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밤에 꿈을 꿨다.

    어떤 내용의 꿈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좋은 꿈이었음에 틀림없다.

    무겁게 눈꺼풀을 짓누르는 수마(睡魔)를 이겨내고 힘겹게 눈을 떴을 때 내 입가엔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니 오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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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약 두 시간. 약속 시간이 촉박했기에 부랴부랴 외출 준비를 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눈을 떴기에 피곤할 법도 했건만 나갈 준비를 하는 내내 초등학교에 입학해 첫 봄 소풍을 맞은 아이처럼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11일 일요일. 내 생애 처음으로 ‘낚시’를 경험한 날이었다.

    게다가 이맘때 가장 맛있다는 ‘봄 도다리’를 낚기 위한 선상낚시였기에 설렘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평소 낚시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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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선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호인들.



    바닷물에 낚싯줄을 드리워 놓고 같이 간 일행들과 평소 나누지 못했던 가슴속 이야기들을 터놓는다거나, 건져 올린 월척을 그 자리에서 회로 만들어 먹는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낚시를 경험해 본 적은 없으나 자신 있었다. 바다는 넓고 그 안에 내 물고기 하나 없겠냐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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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만의 입구 격인 거가대교 아래에 봄을 맞아 도다리 낚시를 나온 동호인들이 타고 온 배들이 진을 치고 있다.



    나만의 낭만을 실현하기 위해 친한 친구이자 낚시 경력 10년의 ‘강태공’에게 최첨단 낚시 장비들도 빌려놓은 상태였다.

    오전 6시. 장비들을 차 트렁크에 싣고 약속 장소인 마산 원전항으로 출발했다.

    봄이 코앞까지 다가오긴 했지만 3월 중순이라 그런지 아직 일출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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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다리 낚시에 미끼로 쓰이는 갯지렁이.



    덕동시립테니스장 옆 유산삼거리 부근을 지날 때 좌측 편으로 펼쳐진 수평선 너머로 벌건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좋은 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월척을 잡겠노라는 기대감을 안고 원전항에 도착해 동료 기자들을 만나 미리 예약한 배로 향했다.

    우리 일행을 낚시의 세계로 인도해 준 10t 규모의 배 진영호(선장 손진성·☏ 010-4224-3419)에는 ‘손 선장’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먼저 도착한 다른 승객들을 따라 승선한 후 선수(船首) 쪽에 장비를 내려놓고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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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낚시로 도다리 두 마리를 한 번에 잡은 동호인.



    17명의 승객이 모두 승선하자 배의 엔진이 힘차게 돌아갔다.

    나는 얼굴을 때리는 세찬 바닷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채비를 시작했다.

    돌아올 때는 갯지렁이 대신 도다리를 양손 가득 들고 오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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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항 일대에서 배를 타고 도다리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기다리면 물 거라 그랬잖아요….”

    2개와 17마리. 이날 기자가 도다리 낚시를 하면서 부러뜨린 낚싯바늘과 소득 없이 날린 갯지렁이의 총합이다. 그렇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자는 도다리를 낚아 올리는 데 실패했다.

    오전 7시 30분께 원전항에서 출항한 배는 잠도를 지나 진해만의 입구 격인 거가대교로 향했다. 이윽고 배는 첫 번째 포인트에 도달했고 손 선장은 닻을 내렸다. 배의 좌편으로 거가대교가 길게 뻗어 있었고 거가대교 아래로는 낚싯배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기자는 포인트에 도달하자마자 급하게 채비를 마무리했다. 친구에게 빌린 낚시 장비를 사용하려 했으나 전문성이 부족한 기자가 사용하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최첨단 장비였기에 초보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줄낚시로 바꿨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자동으로 수심도 확인할 수 있는 고급 낚싯대가 짐으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기자는 배에 마련된 줄낚시에 커다란 갯지렁이 두 마리를 끼워 넣고 힘차게 낚싯줄을 던졌다.

    기자는 쉴 새 없이 낚싯줄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물고기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입질은 쉬이 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낚싯줄을 감아올려도 보고, 혹시 기자가 모르는 새 도다리가 미끼를 채간 것은 아닐까 5분이 길다 하고 확인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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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낚시로 주꾸미를 잡은 동호인



    낚시 초보 기자의 행동이 답답했음일까. 손 선장은 참을성을 갖고 기다려 보라 했다. 도다리가 미끼를 물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면서.

    그렇게 10여 분이 흘렀을까. 기자는 여전히 어떤 입질도 느끼지 못했다. 기자뿐 아니라 배 위의 모든 승객이 첫 물고기를 건져올리지 못했다. 손 선장은 포인트를 이동하겠다며 모두 낚싯줄을 거두라고 했다.

    기자는 거가대교 인근 세 번째 포인트에서 첫 감각을 느꼈다. 팽팽하게 당겨진 낚싯줄에서 ‘타닥’하는 이질감을 느낀 것. 기자는 다급하게 낚싯줄을 잡아챘고 힘차게 줄을 감아올렸다. 너무 성급했던 것일까. 끝까지 감아올린 낚싯줄 끝 바늘에는 절반 정도로 짧아진 갯지렁이만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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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낚시와 릴낚시를 이용해 선상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기자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낚싯줄과 씨름을 시작했다. 부지런히 낚싯줄을 당겼다 놓았다 반복하다 보니 어릴 적 즐겨 날리던 가오리연이 생각났다. 파란 하늘에 연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 띄우기 위해 부지런히 줄을 당기던 모습이 떠오른 것. 기자는 그렇게 7시간 동안 푸른 바닷속에 도다리 연을 힘차게 날렸다. 기다리면 도다리가 미끼를 물어줄 것이란 손 선장의 말을 굳게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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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객들이 도다리 미역국, 활어회 등으로 차린 점심 식사를 맛있게 먹고 있다.



    ◆즐거운 봄낚시, 풍성한 선상 만찬

    한 마리도 낚지 못한 기자와 달리 다른 승객들은 쉴 새 없이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이날 진영호에서 제일 처음 나온 물고기는 김태호(47·창원시 의창구) 조사가 잡은 크기 30㎝가량의 노래미였다. 기다리던 도다리는 아니었지만 첫 물고기의 등장은 배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승객들은 전원 환호성을 터뜨리며 자기 낚싯대를 힘차게 움켜쥐었다.

    낚시를 시작한 지 한 시간가량이 지났을까. 모두가 기다리던 도다리 소식이 진영호에도 날아들었다. 첫 도다리의 크기는 약 20㎝ 내외로 큰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다리를 건져 올린 서옥순(53·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조사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그는 “낚시가 이번이 처음이다. 일행 중에 베테랑 낚시꾼들도 많은데 내가 제일 처음 도다리를 잡아서 너무 기쁘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어 “생전 처음 느껴본 손맛이라 더욱 짜릿했다. 한 번에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것을 알아챘다”면서 무용담을 자랑했다. 이날 서 조사는 도다리 2마리를 포함해 총 5마리의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서 조사의 도다리 마수걸이 이후 배 곳곳에서 도다리 소식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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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일출과 함께 항구에서 배를 타고 봄 도다리 낚시를 나간다.



    그중에도 가장 눈에 띈 조사는 바로 ‘쌍도다리’를 낚은 박정옥(54·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조사. 박 조사는 자신이 한 번에 잡은 도다리 두 마리를 들고 자랑스레 기념 포즈를 취했다. 박 조사는 “다른 사람들은 전부 (도다리를) 잘만 잡는데 나만 못 잡아서 이대로 집에 가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제대로 해보자’ 싶었는데 두 마리가 한 번에 올라올 줄 상상도 못했다”고 기뻐했다.

    이날 진영호 승객들은 대상어인 도다리 외에도 삼세기, 노래미 등 다양한 어종을 낚았다. 특히 김점숙(54·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조사는 도다리 채비를 한 줄낚시로 주꾸미를 건져 올리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김 조사는 “낚싯줄에 묵직한 느낌이 들어 감아올렸는데 주꾸미가 올라와서 신기했다. 도다리도 잡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주꾸미를 낚은 것이 더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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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싯대가 없는 승객들도 낚시를 할 수 있게 배에 설치된 줄낚시.



    ◆봄철 진미 ‘봄 도다리’

    시계가 정오를 가리키자 손 선장이 분주히 진영호를 누볐다. 승객들에게서 그날 잡은 물고기를 기증받아 점심 식사를 차리기 위함이었다. 승객들은 기분 좋게 자신이 잡은 도다리며 노래미를 손 선장에게 건넸고,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기자는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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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도다리 외에도 삼세기, 노래미 등 다양한 어종을 낚아 올렸다.



    손 선장은 제공받은 물고기들로 점심상을 뚝딱 차려냈다. 횟집을 운영하시는 아버지께 직접 배워 그런지 회를 뜨는 손길이 거침없다. 이날 점심 메뉴는 봄 도다리가 듬뿍 들어간 도다리 미역국과 활어회, 돼지 불고기와 쌈 채소 등이 준비됐다. 기자는 우선 도다리 회를 한 점 집어 입으로 향했다. 선상에서 잡아 바로 먹어서 그런지 도다리의 쫀득한 식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손 선장 특제 김치와 함께 싸먹는 도다리 회는 별미 중의 별미였다.

    혀를 휘감는 봄 도다리의 풍미에 기자의 젓가락질은 그칠 줄 몰랐다. 김치와 함께 한 점, 마늘과 또 한 점 먹다 보니 ‘봄 도다리 예찬’의 이유를 절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자는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까지 ‘음미’를 가장한 ‘폭식’을 이어갔고, 끝까지 혼자 남아 식탁을 지켰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다리는 봄에 먹어야 맛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매년 3~4월, 사 먹는 도다리도 맛있을진대 직접 잡는 도다리의 맛은 오죽할까.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 봄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봄 도다리 낚시로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어떨까.

    글= 이한얼 기자

    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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