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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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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 점검 ‘내가 먼저’ 시민들 ‘안전의식’ 바뀐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한달
복합상가건물 방화문 닫고
안내문 써붙이고 개폐장치 교체

  • 기사입력 : 2018-02-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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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로 밀양 세종병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됐다. 한달 새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소방안전시설 미비와 허술한 점검·관리, 불법 증·개축 등 참사를 키운 원인이 드러났다. 특히 충북 제천 참사 이후 연이어 발생한 대형 화재는 위험에 노출된 사회의 민낯을 보여줬다. 법·제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지지 않으면 안전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두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소방시설을 점검하는 등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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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한 상가에 방화문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 23일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한 상가를 찾았다. 6층 규모의 이 복합건축물 계단 출입문에 이전에 없던 ‘방화문’이라는 문구가 부착됐다. 상가번영회는 지난달 26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참사 이후 방화문의 중요성을 상기하기 위해 건물에 있는 18개의 방화문에 ‘방화문’이라는 문구를 부착했다. 방화문은 불길과 연기 등 유독가스를 막기 위한 시설이다. 세종병원 1층 중앙계단에 방화문이 설치돼 있지 않아 같은 층에서 발생한 화재 연기가 위층으로 확산돼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이들에게 이 같은 변화를 준 것이다.

    방화문은 출입 순간을 제외하면 상시 닫혀 있어야 하지만,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열어 놓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상가도 과거에는 그랬다. 그러나 이젠 모두 닫혀 있다. 상가번영회는 조만간 ‘항상 닫아놓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새 문구도 부착할 계획이다. 방화문의 낡은 개폐장치도 모두 새 것으로 교체했다.

    상가 관리소장은 “참사 이후 긴급하게 상가번영회가 소집됐고, 사람들이 방화문임을 알 수 있도록 문구를 크게 달기로 했다”며 “상가 내 스프링클러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1400가구가 거주하는 한 아파트. ‘소방자동차 전용구역 및 곡각지 주차차량 단속’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해 12월 제천 화재 당시 불법 주정차 차량이 소방차의 현장진입을 방해해 문제가 됐다는 점을 알고 이같이 조치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에 주차하는 사례가 많이 줄었다”며 “무엇보다 예전에는 입주민들이 경고장을 붙이면 왜 붙였냐며 항의했는데, 지금은 화재 위험성을 알아서인지 그런 경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해당 시설에서 만난 사람들은 애초 지켜야 할 것을 준수하려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전시설이 제 역할만 하면 재난피해는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지난 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남성동 은혜병원에서는 병원 지하 5층 수전실 변압기에 물이 떨어지면서 정전이 발생했다. 당시 비상발전기가 정상 작동해 산소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사용하던 중환자들이 생명에 지장 없이 위기를 넘겼다. 세종병원의 경우 비상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아 비상등, 엘리베이터, 심지어 중환자실에 제때 전원을 공급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앞서 지난 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에서는 불이 난 지점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인명피해를 막았다.

    방화셔터 역시 정상적으로 내려와 불길을 차단했다. 이에 반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는 356개의 스프링클러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고,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두 참사의 교훈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여전히 많다.

    경남도소방본부가 밀양·제천 참사 이후 도내 근린·복합·숙박시설 등의 피난·방화시설 1524곳에 대해 세 차례 점검한 결과, 총 396건의 위법사항이 적발됐다.

    주요 적발 사항은 비상구 폐쇄, 완강기 파손, 소화기 충압 불량 등 화재 시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었다. 특히 기관통보한 44건 중 34건이 건축물 불법 증축이었다.

    세종병원 참사 당시 병원에 불법 증축으로 설치된 비가림막이 연기 배출을 차단해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안전사회 이행에는 법·제도를 준수하려는 시민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남기훈 창신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법과 제도는 최소한의 수준을 제시할 뿐이다. 최소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법·제도를 개선해도 그 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며 “개선된 시스템을 운영할 인력 등 기반이 갖춰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지킬 수 있는 것을 지키려는 안전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대훈·박기원 기자

    안대훈·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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