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 ‘산상수훈’ 창원서 관객과의 만남

“종교 본질인 행복 찾는 법 스크린에 담았죠”

  • 기사입력 : 2018-02-22 07:00:00
  •   
  • 메인이미지
    지난 20일 오후 씨네아트 리좀에서 열린 GV에서 유영의 감독이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 ‘승려 감독의 92번째 영화이자 스크린 데뷔작’으로 관심을 끈 영화가 창원을 찾았다.

    20일 오후 2시 도내 유일 예술영화전용관 씨네아트 리좀에서 ‘산상수훈’ GV(Guest Visit)가 열렸다. 평일 낮시간임에도 많은 관객이 자리를 채우며 영화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 영화는 승려 감독인 유영의(법명 대해, 조계종 국제선원 원장)씨가 성인들의 말씀을 주제로 한 시리즈물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12월 개봉 이후 지금까지 영화계와 종교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호평받고 있다.

    ‘산상수훈’은 신약 마태복음 5~7장에 기록돼 있는 예수의 가르침이 담긴 산상수훈을 소재로, 8명의 기독교 신학생이 동굴 안에 모여 성경구절을 근거로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본질적인 진리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토킹 드라마 형식의 작품이다. 천국, 선악과, 예수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하느님 등 총 5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124분짜리 영화 상영 후 1시간가량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유영의 감독은 쏟아지는 관객들의 질문과 감상평에 성심성의껏 답하며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메인이미지

    출가한 수행자가 기독교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 가장 궁금했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가 아니라 모든 종교의 본질은 하나라서 가능했다. 누구나 본질을 찾아 행복을 찾아가지 않나. 이 영화는 본질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형체가 없어 어려우니 글로 써놓은 것이 종교 경전이다. 불경이든, 성경이든 사람들에게 필요하니까 써놓은 건데 비유적으로 써놔서 서로 다르게 느껴지니 경전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고 답했다. 감독은 “부화뇌동하게 사는 젊은이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 자기의 영토가 얼마나 큰지 찾기 바라는 마음에서 청년들을 캐스팅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터득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일반적인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신학도들의 대화로 출발한다. 천국이 정말 존재하는 걸까? 착하게 살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 하나님은 선악과를 왜 만들어 인간을 시험에 빠트렸을까? 영화는 이렇듯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을 궁금증들을 수학문제 풀 듯 논리적으로 증명해 나간다.

    영화는 결코 쉽지 않다. 영화 내용이 철학적, 종교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한 데다 장면 대부분이 동굴에서 이뤄지고 등장인물도 극히 제한적이어서 몰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자인 관객은 “처음엔 기존 영화랑 달라서 어려웠어요. 그래서 4번을 봤는데요, 볼 때마다 깊은 내공을 느낀다”고 평했다. 감독은 연극 같은 긴 호흡을 내뱉는 대사와 언어유희, 예수와 일곱 제자를 연상시키는 여덟 명의 생동감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로 관객에게 지루함 대신 적당한 긴장감을 건넨다. 화려한 미장센 대신 동굴과 모닥불, 금컵 등을 활용해 상징성을 강조한 연출도 돋보인다.
    메인이미지

    종교계로부터 타박을 받은 적이 없냐는 질문에 감독은 TV 프로그램 ‘아침마당’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며 웃으며 답했다. 유 감독은 스님이 만들었다는 선입견이나 비난 대신 공감과 격려를 얻었다고 했다. 국회에서 3대 종파 연합 시사회를 시작으로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교 시사회를 마련했는데 영화를 본 후 수녀님 한 분이 “출가하기 전에 수녀였냐”고 물으며 공감을 표현해줘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성전으로서 기독교도들은 무작정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선악과를 먹은 죄의 실체를 알고 믿음을 행하면 예수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며, 동굴을 나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서 있는 청춘들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불자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도, 가톨릭 신자 관객들은 저마다의 감상평을 내놨다. 어느 관객은 “그동안 법문을 읽고 참선을 행하는 것에 대해 실체를 몰라 답답했는데 본질을 깨닫는 영화여서 눈물이 펑펑 났다”며 “감독과 관객이 함께 영화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제39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데 이어 9월 카잔(러시아)에서 개최된 제14회 국제 무슬림영화제, 10월 제4회 가톨릭영화제에도 초청돼 호평받았다. 유 감독은 “감사하게도 해외와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이 이어진다”며 “더 많은 관객들이 믿고, 알고, 행할 수 있도록 영화를 꾸준히 만들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정민주 기자

    메인이미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