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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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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81) 제22화 거상의 나라 41

“날씨가 춥지요?”

  • 기사입력 : 2018-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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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에게서 자금이 투입되는 이상 목숨을 걸어야 했다. 점심을 마친 뒤에 산사가 필요하다는 물건을 면세점에서 사가지고 인천으로 갔다. 인천에 3시에 도착하여 수속을 마치자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있었다.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원심매에게서 전화가 왔다.

    “인천에 도착했어요?”

    원심매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했다.

    “도착했어요. 심매씨는 어디입니까?”

    김진호는 끈적거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도 도착해서 수속을 마쳤어요.”

    “나는 커피숍에 있어요.”

    “그쪽으로 갈게요.”

    김진호는 전화를 끊고 입구 쪽을 살폈다. 원심매는 10분도 되지 않아 커피숍으로 왔다.

    “날씨가 춥지요?”

    김진호는 원심매의 손을 잡아주었다. 원심매의 손은 작고 따뜻하다. 하룻밤 사랑을 나누었으니 인연으로 얽혔다.

    “괜찮아요. 하얼빈 날씨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원심매가 웃으면서 옆에 앉았다.

    “일은 잘 봤어요?”

    “네. 잘 봤어요.”

    김진호는 원심매에게도 커피를 갖다가 주었다. 원심매가 상냥하게 웃었다. 김진호는 원심매와 나란히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문득 장충동에서 원심매와 사랑을 나누던 일이 떠올랐다. 원심매는 그의 품에 안겨서 몸부림을 쳤다. 그녀의 하얀 살결이 아직도 눈에 선명했다.

    “우리 언제 또 만나요?”

    김진호가 원심매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래도 춘절을 지나야 하지 않겠어요?”

    원심매는 김진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심매씨가 생각나면 어떻게 하지요?”

    “하얼빈으로 찾아와요.”

    “그래요. 춘절 지나서 찾아갈게요.”

    김진호가 원심매에게 은밀한 눈빛을 보냈다.

    “탑승할까요?”

    이미 오후 5시가 되어 있었다.

    “네.”

    김진호는 원심매와 함께 가방을 끌고 여객선을 향해 갔다. 여객선은 이제 막 승선이 시작되고 있었다. 인천과 천진을 오가는 여객선은 7000t급이다. 이미 여러 번 이용했기 때문에 낯설지가 앉았다.

    “어제 너무 좋았어요.”

    김진호가 원심매의 귓전에 속삭였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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