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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시장을 무시하는 정부,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정책- 유창근(와이즈유(영산대) 교수)

  • 기사입력 : 2018-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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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년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60% 이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국정 전반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과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다른 것 같다. 최근 보도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중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달 초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모인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일자리, 부동산 등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문재인표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으로,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높여 가계소득 주도의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말로 우려를 표시해왔다. 시장이란 수요와 공급의 만남을 의미한다. 경제에서 시장이란 정치에서 민심과 같은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무리한 최저임금 정책을 정부의 시장개입이 실패하는 대표적 경우로 가르치고 있다. 지역이나 일의 종류와 관계없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타당성도 부족하고 부작용도 심하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생산성을 무시한 임금은 지속가능한 게 아니다.

    공공부문에서 81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방향이 잘못된 정책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수많은 청년들이 공직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불하는 막대한 비용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이제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대폭 늘리면 더 많은 청년들이 공직시험 준비에 나서게 될 게 뻔하다. 그뿐 아니라 늘어난 공직자들이 평생 누리는 안정된 삶은 고용이 불안해진 국민들의 세금으로 유지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이 고착되면서 미래에 세금을 내야 할 청년인구는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공무원 수를 크게 늘리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 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 투자와 고용이 창출되도록 장려하고 왜곡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할 것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정책이 소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촉발해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의 부동산 가격만 폭등시켰다. 다주택자만 잡으면 투기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니 참 순진하기도 하다.

    강남의 아파트 투기를 잡으려면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낙후된 지역의 주거환경과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서 지역 간 격차가 점점 축소된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싼 지역의 집을 사려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가 아닌가? 재벌기업들이 강남에 초고층 사옥을 짓게 허용하고, 서울시는 강남 위주의 개발을 계속해왔으며, 고위 공직자들이 대부분 강남에 살고 있다. 이게 현실인데 국민들이 어떻게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을 것이라고 믿겠는가?

    중국에는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 대책이 있다”는 말이 있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말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을 쓰면 시장 참여자들은 그것을 피하거나 이용하는 대책을 세우게 된다.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면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고 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대통령 집권 초반의 높은 지지율은 기대감의 표현일 뿐 아직 성과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잘못된 경제정책이 높은 지지율 뒤에 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창근 (와이즈유(영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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